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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 앱 덕분 ‘不通 산업재해’ 확 줄어”

입력 | 2014-03-01 03:00:00

백헌기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백헌기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공단 전문가들이 지난해 3월 여수국가산업단지 내에서 일어난 폭발사고 현장을 찾아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 제공

지난달 말 경기 시흥에 있는 한 중소기업에서 스리랑카 출신 근로자 2명이 원료통을 옮기고 있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국인 관리자가 두 사람을 부른 뒤 스마트폰에 설치해뒀던 ‘다국어 회화 앱(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켰다.

관리자가 스마트폰에다 “무거운 물건을 운반할 때는 두 사람이 함께 옮기세요”라고 말하자 스피커에서 이를 통역한 스리랑카어가 흘러나왔다. 근로자들은 고개를 끄덕인 뒤 둘이 힘을 합쳐 원료통을 옮겼다. 관리자는 “외국인 근로자와 말이 안 통할 때가 많았는데 앱 덕분에 한결 편해졌다”고 말했다.

산업재해 원인을 조사하고 예방 시설 설치 등을 지원하는 안전보건공단은 2012년 9월 이 앱을 개발해 현장에 보급하고 있다. 초기에는 10개 언어, 300개 문장만 통역이 가능했지만 지난해 10월부터는 13개 언어, 1000개 문장까지 통역이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했다.

백헌기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2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근로자들과 의사소통이 안돼 안전수칙이 전달되지 않으면 산업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중소기업은 통역사를 고용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이 앱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공단은 ‘위기탈출 사고포착’ 등 8개의 앱을 개발해 보급 중이다. ‘위기탈출 사고포착’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전국의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고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 백 이사장은 “예를 들어 화학사고가 발생하면 동종업계에서 이 앱을 통해 바로 소식을 듣고 같은 문제점이 없는지 빠르게 점검할 수 있다”며 “능동적인 예방과 대처가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앱은 지난해 초 독일에서 열린 국제사회보장협회 예방분과위원회 회의에서 큰 관심을 모으며 다른 나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지난해 말 업그레이드를 끝내 다른 나라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공로로 지난해 10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국제비즈니스 대상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또 공단은 지난해 12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산업재해 원인 규명 및 연구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불산가스 누출 등 지난해부터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중대 산업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근본적인 예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과수와 힘을 합치기로 한 것이다. 백 이사장은 “우리 공단에는 산업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할 수 있는 전문 인력들이 많지만 사고 초기에 현장이 통제돼 조사를 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며 “공단과 국과수가 함께 조사하면 정확도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단과 국과수는 앞으로 △유해 위험물질 화재, 폭발, 누출 △타워크레인 등 기계 구조물 붕괴 △직업성 질병, 질식, 중독 등 피해가 심각한 산업사고의 원인을 공동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백 이사장은 “국과수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화학사고 예방 전담조직도 신설했다”며 “한국안전학회 등 국내 5개 학회와도 업무협약을 맺은 만큼 산업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총력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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