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용량 아스피린 ‘아스트릭스’
심장이 약한 노인들에게 겨울은 공포의 대상이다. 급격하게 수은주가 떨어지면서 급성 심근경색, 협심증, 뇌혈관 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추위가 한풀 꺾이는 시기에는 심장병에 대한 경계를 풀기 쉽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날씨가 따뜻해지는 초봄도 겨울 못지않게 심뇌혈관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고 경고한다. 일교차가 커지면서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동맥(관상동맥)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년 동안 협심증과 심근경색 환자를 조사한 결과 3, 4월에 환자가 가장 많았다.
봄철 운동 시작할 때 심장질환 조심해야
평소 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 환자는 운동을 할 때 수축기 혈압은 180mmHg, 이완기 혈압은 110mmHg 이하로 조절해야 한다. 심박 수는 1분에 ‘(220―나이)×0.75’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50세는 1분당 심박 수를 약 128회로 조절해야 한다. 심장병을 지병으로 갖고 있을 땐 일반인보다 심장 정지가 일어날 가능성이 100배 높아 더욱 주의해야 한다.
중국발 미세먼지와 봄철 황사 빈도가 늘고 있는 것도 심혈관 질환 환자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코와 기관지에서 대부분 걸러지는 일반 먼지와 달리 머리카락 100분의 1 크기에 불과한 ‘초미세먼지’(2.5μm·마이크로미터 미만)는 폐와 심장에 직접 도달한다.
여기 포함된 황산염, 질산염, 암모니아 등 유해물질은 혈관을 둘러싼 내피세포에 염증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혈관 구멍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가 진행된다. 결국 심장 혈관이 갑자기 막히는 급성 심근경색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심혈관질환자들의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해 2001∼2010년 심혈관질환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1μm 증가할 때마다 환자가 입원할 확률은 1.26%포인트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용량 아스피린으로 심혈관 질환 예방
미국심장학회(AHA)는 아스피린이 매년 5000명 이상의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을 예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심혈관질환 예방 필수 약물 리스트에 아스피린을 포함시키고 있다. 미국의사협회(AMA)는 심혈관 질환과 뇌중풍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의 복용을 권고하는 지침을 갖고 있다.
보령제약이 만드는 아스트릭스는 대표적인 국내 저용량 아스피린 중 하나다. 지난해 약 3억 캡슐이 처방되거나 판매됐고 매년 280만 명이 복용하고 있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아스트릭스는 약가가 캡슐 1개당 43원으로 다른 약제들에 비해 경제적인 ‘국민 보건약’이다”라며 “특히 지난해 전문의들이 가장 많이 처방했다”고 말했다.
아스트릭스는 고혈압, 비만, 당뇨, 고콜레스테롤 환자의 심혈관 질환 예방뿐 아니라 색전증 예방에도 쓰인다.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주 1회 100mg씩 먹으면 된다. 협심증, 심근경색, 허혈발작, 뇌경색 환자에게는 최대 300mg까지 쓸 수 있다.
아스트릭스는 체내에 들어가면 주성분인 아스피린이 조금씩 지속적으로 방출되기 때문에 한 알만 복용해도 효과가 크다. 한 알 속엔 약 130개의 작은 알갱이가 하나하나 코팅 처리돼 있어 위장 내에 고르게 흡수되는 장점이 있다. 위장 안에 음식물이 남아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흡수율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 때문에 식전 후 상관없이 언제든지 복용해도 된다. 아스피린의 주요 부작용인 위출혈, 구토 등의 부작용도 줄였다.
하지만 아스피린은 위나 장에 궤양, 출혈성 위염이 있는 경우 삼가야 한다. 아스피린이 지혈작용을 막아 출혈을 계속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위, 대장 내시경 검사를 했거나 용종을 떼어냈을 경우에도 5일 정도는 아스피린을 먹지 말아야 한다.
이상철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혈우병 환자와 같이 피가 잘 멎지 않는 환자, 간이나 신장에 장애가 있는 환자, 아스피린 제제에 대한 알레르기로 천식 발작이 있는 경우도 복용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