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유해 中송환에도 요지부동
6·25전쟁을 기술하고 있는 중국 중학교 역사교과서. 북한의 남침으로 전쟁이 시작됐다는 점을 적시하지 않은 채 미군 침략에 대응해 중국군이 참전했다고만 설명하고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18일 동아일보가 중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인민교육출판사의 중고교 역사교과서 15권을 조사한 결과 6·25전쟁은 △중학교 2학년(8학년) 하편(7쪽) △고교 역사 필수 제1권(120쪽) △고교 역사 선택 제3권(106∼108쪽) 등 3곳에 기술돼 있었다.
중학교 2학년 교과서는 “1950년 6월, 조선내전이 발발했다. 미국이 난폭하게 군을 파병해 조선(북한)을 침략했다”며 침략의 주체로 미국을 지목했다.
고교 선택 교과서는 “1950년 6월 25일 조선내전이 발발했다. 조선인민군(북한군)이 신속하게 한성(서울)을 점령했고 남쪽을 향해 진격했다. 한국 군대는 번번이 패퇴했고 미국의 강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고 표현해 상대적으로 북침 주장이 덜하고 누가 전쟁을 시작했는지 모호하게 기술했다. 이 교과서는 또 ‘미국이 소련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불참을 이용해 안보리를 조종하고 북한을 침략자로 비난하는 결의를 통과시켰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억울하게 침략국으로 매도됐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종합해보면 이들 교과서는 6·25전쟁을 발발한 주체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은 채 ‘전쟁 발발→미국 침략→중국의 안전 위협→중국군 참전’의 도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국 역사학계의 한 전문가는 "중국 역사교과서는 1990년대 이후 국제적으로 이뤄진 냉전사 연구의 성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국무원 산하 사회과학원이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북한이 소련의 지지와 중국의 묵인 아래에서 군사행동을 ‘개시’했다”고 밝혔는데도 중국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북한의 남침을 인정하면 마오쩌둥(毛澤東)의 결정으로 이뤄진 참전의 정당성을 훼손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의도적으로 전쟁의 기원을 밝히지 않은 채 미군에 대항해 승리했다는 점만 부각시키고 있다. 일본에는 올바른 역사 인식을 촉구하면서 자신들은 편의적으로 역사를 재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