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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아르헨티나여 울지 마오

입력 | 2014-02-19 03:00:00


20세기 초 아르헨티나는 내로라하는 부국(富國)이었다. 팜파스 대평원을 활용한 농업과 축산업의 발달로 부를 쌓았다. 1930년대 초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6위, 교역량은 10위권이었다. 당시 유럽의 일류 건축가들이 만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고풍스럽고 격조 높은 건물은 ‘제2의 미국’으로 불리던 이 나라의 지나간 영화(榮華)를 떠올리게 한다.

▷1946년 집권한 후안 페론은 “아르헨티나는 살찐 황소와 영양 부족 노동자의 나라”라고 주장하면서 자유시장 경제를 존중하던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렸다. 국가사회주의에 입각해 기간산업을 국유화하고 외국 자본을 추방했다. 노조와 빈민들을 지지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임금을 매년 25%씩 올렸고 복지 지출도 대폭 늘렸다. 포퓰리즘의 상징인 페론주의는 선진국 문턱에 간 아르헨티나를 몰락시켰다.

▷페론주의의 부정적 유산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공짜’의 단맛에 길든 국민은 걸핏하면 거리로 나가 더 많은 복지와 보조금을 정부에 요구한다. 정치인들은 나라가 어떻게 되든 떼법에 굴복해 정치 생명을 이어간다. 1982년 외채위기, 2001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에 이어 다시 국가부도 위기를 맞은 아르헨티나의 근본적 비극은 여기에 있다. 후안 페론의 두 번째 부인 에바 페론을 다룬 뮤지컬 ‘에비타’의 ‘Don't cry for me Argentina(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 울지 마오)’는 가슴에 젖어드는 노래지만 아르헨티나의 눈물에는 훨씬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경제학자 공병호 박사는 “아르헨티나의 부침은 국민이 포퓰리즘에 놀아날 때 그 후유증이 두고두고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고 경고한다.

▷우리에게도 남의 일 같지 않다. 나라 곳간은 안중에도 없는 복지 만능주의와 성장 엔진에 모래를 뿌리는 반(反)시장적 주장이 난무한다. 2017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이런 풍조가 기승을 부릴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전철을 한국이 밟지 않으려면 포퓰리즘과 반시장주의가 정치인의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국민이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