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무장단체가 한국 성지순례단이 타고 있는 관광버스에 폭탄을 던져 한국인 3명과 이집트인 운전사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테러단체 ‘안사르 바이트 알마끄디스’가 범행 사실을 시인했지만 이들은 단 한마디의 유감도 표시하지 않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성명을 통해 “가장 강력한 어조로 테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범행을 인정한 단체가 나온 만큼 이집트 정부는 전력을 기울여 범인을 체포해야 한다. 이집트가 테러단체를 소탕하지 않으면 외국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계속되고 관광 의존도가 높은 이집트 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독교인에게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는 구약시대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지나갔던 ‘출(出)애굽(이집트)’의 성지(聖地)다. 충북 진천중앙교회 신자들은 모세가 하나님에게 십계명을 받은 시나이 산 등정을 마친 뒤 이스라엘로 입국하려다 폭탄테러를 당했다. 주일인 일요일에 닥친 불행이다.
한국의 개신교와 천주교 신자는 1500만 명을 넘어섰다. 앞으로도 중동 지역의 기독교 성지를 찾는 한국인의 발길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2007년 아프가니스탄으로 자원 봉사를 갔던 분당 샘물교회 신도 23명이 탈레반에 납치됐다 2명이 살해된 사건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번 공격이 한국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신자들이 자제하지 않으면 불상사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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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는 지난해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재판을 앞두고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위험 경고를 하지 않은 것은 직무태만이다. 불과 한 달 전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KOTRA 무역관장이 납치되었을 때 재외국민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던 정부의 다짐이 무색하다. 정부가 조금이라도 국민의 안위를 걱정했다면 2009년 예멘에서 우리 관광객 4명이 자살 폭탄테러로 사망한 이후 최악의 테러 피해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