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명인열전]국내 유일 벼농사 마이스터 최남훈씨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쌀 농업 마이스터로 선정된 전북 김제의 최남훈 씨.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 국내 유일의 쌀 장인(匠人)
1996년 6월, 전북 김제 진봉 고향집에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큰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논 물꼬를 보고 돌아오다 자전거가 비탈길에서 논으로 구르면서 목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것이다. 평생 농사만 지어 오던 아버지는 더이상 농사는커녕 자신의 몸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수많은 밤을 새운 고민과 가족회의 끝에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귀농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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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10월 병원에 계시던 아버지를 모시고 고향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짓던 논에서 벼농사를 짓기 위해서였다. 농업은 나름 전문가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해본 일이 아니라 모든 것이 낯설었다. 특히 벼농사에 대해서는 어릴 때 어깨너머로 본 것 이외에는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 없었다. ‘논두렁 공부’를 하기 위해 동네 노인들을 귀찮도록 찾아 다녔다. 특히 평생 마을에서 벼농사를 지어 온 김길용 씨(78)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왜 그런지’를 설명해 주지는 못했다. 그의 특유의 학구열이 다시 발동했다. 2001년 농사짓는 틈틈이 매주 수원을 오가면서 서울대 농대 최고 농업경영자 과정에서 1년 동안 벼농사만을 전문적으로 배웠다. 졸업 때는 ‘기능성 쌀에 관한 조사연구’라는 논문으로 우수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국내 최고 전문가들로부터 배우면서 탄탄한 이론을 정립했고 다양한 인맥도 쌓을 수 있었다. 어른들은 “젊은 사람이 농사를 이론으로 지으려 한다”고 혀를 찼지만 벼농사에 자신이 붙었다.
○ “최고는 없다. 최선을 다할 뿐”
그는 지금 20필지(7만9200m²)의 논에서 연매출 9500만 원을 올린다. 7, 8년 전까지 벼농사 외에 고추묘와 방울토마토 농사까지 겸해 한 해 1억5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나 태풍으로 하우스가 몽땅 날아가고 아내가 하우스병에 허리병까지 얻으면서 쌀농사에 전념하기로 했다. 품질은 자신 있었지만 판로를 뚫지 못해 도시로 싣고 간 쌀을 모두 되가져오기도 했고 보증을 선 친구가 파산하는 등 어려움도 수없이 겪었다.
그는 쌀농사의 미래가 소비자 욕구와 트렌드를 얼마나 따라 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그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고집한다. 그가 생산하는 쌀은 일본 품종인 ‘밀키 퀸(Milky Queen)’, ‘히토메보레’, 국산인 ‘신동진’과 ‘새누리’, 명절 선물세트로 나가는 녹색 적색 흑색 찰벼 등 다양하다. ‘식감이 좋은 현미’인 밀키 퀸은 일반미보다 50% 이상 비싼 10kg에 4만 원을 받는다. 대형 유통망을 통하지 않고도 전국 400여 명의 소비자들과 직거래를 통해 봄이 오기 전에 생산 전량을 소화한다. 택배를 통해 팔고 맘에 안 들면 100% 리콜을 받아 준다. 특정 성분이 제거돼 신장병 환자에 도움을 주는 쌀과 각종 병에 효능이 있는 기능쌀도 곧 재배할 계획이다. 조경용 벼와 소 돼지 사료용 쌀에도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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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