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연세대 교수·행정학
시 의회 의원만 주민들이 뽑고 시장은 시 의회에서 간선을 하는 식이다. 시의회 의원은 5명으로 수가 적기 때문에 세비로 지출되는 돈이 적을 뿐 아니라 거의 무보수 명예직이다. 시장의 임기는 1년이고, 전문적인 행정은 선임 행정관(Manager)을 채용하여 그 사람에게 맡기는 형태다.
세계의 지방자치 형태 가운데 이러한 유형을 ‘위원회(commission)’ 형태라 한다. 정당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주민 중심의 생활정치를 하고, 소수의 의원들만 뽑아 세비의 지출을 대폭 줄이는 형태다. 미국과 독일은 건국 때부터 이런 위원회 형태를 포함해 네 가지 자치 형태를 보유해 왔고, 영국도 2000년부터 결국 네 가지의 자치 형태를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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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정치화와 비용 절감이 국민의 엄정한 요구라는 사실을 기준으로 한다면 현 단계에서 여야가 택해야 할 길은 명백하다. 첫째, 이번 선거에서는 기초선거에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의 공약이기도 했거니와, 여당이 위헌 소지의 근거로 내세우는 2003년 헌법재판소 판례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그때 헌재의 판결은 정당의 ‘공천’을 대상으로 했던 것이 아니라 후보자의 정당 ‘표방’ 자유에 관한 것이었다.
둘째, 그렇다고 해서 정당공천을 금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만병통치가 될 수 없기 때문에 2018년 선거부터는 자치의 다양화를 허용해야 한다. 그러면 인위적이고 획일적으로 공천을 금할 필요도 없다. 획일적으로 시장과 시의원을 뽑아 대결토록 할 것이 아니라 네 가지 형태 중에서 택할 수 있게 해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주민과 상관없이 정치싸움이나 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하고 막대한 세비 지출을 원하지 않는 주민들은 위원회 형태를 택하면 된다.
위원회 형태는 수십 명 혹은 100여 명씩 지방의원을 뽑는 것이 아니라 유능한 경영자, 깨끗한 정치인, 시민운동가 등 4∼7명의 위원을 뽑아 지방의회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수가 적기 때문에 자치의 비용이 크게 줄고, 이들이 간선으로 1년씩 단체장직을 수행하게 되어 단체장의 독선도 불가능해진다. 20세기 초 미국도 지방자치의 정치화와 부패로 골치를 앓았는데 위원회 형태를 도입하여 해결한 바 있다.
아마 네 가지 형태를 우리나라에 허락해도 가장 많은 지역에서는 지금처럼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따로 뽑는 기관분립형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화를 통해 획일적 정당공천이나 공천금지의 폐단을 극복할 수 있고, 자치의 비용을 아끼려는 주민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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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연세대 교수·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