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달 전 연구원 경력이 전부인 윤진숙이라는 생소한 인물이 해양수산부 장관에 내정됐을 때 적지 않은 국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모래밭의 진주”라며 그를 ‘강추’했다. 인사청문회에서 ‘몰라요 장관’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업무 능력은 바닥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임명을 강행한 박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윤 장관이) 쌓은 실력이 있으니 지켜보시고 도와 달라”며 감싸기만 했다.
윤 장관이 전남 여수 기름유출 사고 이후 잇단 실언과 자질 논란 끝에 취임 295일 만에 해임됐다. ‘걸어 다니는 폭탄’ 같은 장관을 방치할 경우 박 대통령의 정국 운영은 물론이고 새누리당의 지방선거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1기 내각은 대부분 박 대통령의 수첩에서 나왔다는 것이 청와대를 잘 아는 사람들의 전언이다. 인수위원회 대변인 임명 때부터 논란이 일었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결국 성추행 의혹으로 추락한 것도 박 대통령의 ‘불통 스타일’과 ‘수첩 인사’의 실패 사례다. 시스템에 의한 폭넓은 추천과 치열한 능력 검증 없이 대통령이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만 바탕으로 인사를 하다 보면 임명 뒤 문제가 드러나도 대통령에게 미칠 타격 때문에 교체가 쉽지 않아 이 지경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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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이제는 박 대통령이야말로 비정상적인 것의 정상화를 위한 ‘혁신’을 해야 할 때다. 지난 1년간의 실패 사례를 거울삼아 추천-검증-임명-평가-재검증의 인사 과정이 시스템에 의해 이뤄지도록 용인술(用人術)을 혁신하지 않으면 ‘윤진숙류(類)’의 장관은 또 나올 수 있다. 윤 전 장관 후임 인선부터 박 대통령이 수첩에만 의존하지 않고 널리 인재를 찾는 변화를 보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