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덕 문화재청 국장 책을 보니…
“정말 난처해졌습니다. 이러려고 이 책을 쓴 게 아닌데….”
평소 점잖은 학자풍이란 소릴 듣는 최종덕 문화재청 정책국장. 하지만 5일 오후 직위 해제가 알려지자 전화로 전해지는 목소리에 가느다란 떨림이 역력했다.
전날 서울 광화문에서 만나 “시기가 민감하다고 책 출간을 말리는 이도 많았지만 정확한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며 책을 펴낸 이유를 설명할 때의 차분함은 이미 사라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내에 준공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상당한 진통도 있었다. 그는 “공사 기간을 앞당겨 2012년 8월 15일로 맞추라는 주문이 있었다.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박범훈)도 현장을 방문해 ‘금년 내에 준공식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썼다. 윗선의 주문은 관계 기관의 혼란으로 이어졌다.
“(새 대통령 취임 후인) 2013년 4월 말 이후라야 준공이 가능하다는 보고에 청장(김찬)은 난감해하며 ‘정무적인 차원’의 걱정을 했다”거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최광식)은 준공 행사가 현 정부 문화행사의 대미를 장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의 (준공 지연) 보고에 늦추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는 개막 열흘을 앞두고 준비단 측이 공사 중인 숭례문 앞에 가설 덧집(문화재를 덮어씌우는 가설물) 설치를 요구했다. 각국 정상이 지나가는데 공사판이 보기 싫다는 이유였다. 바로 허물 가건물에 돈 들일 필요 없다는 청장(이건무)의 결정에도 결국 “번갯불에 콩을 볶아 먹듯이” 가설 덧집을 만들어야 했다.
전통 방식으로 숭례문을 복원하지 못한 점과 현장의 시행착오도 밝혔다.
“전통 방식으로 치목(治木·나무를 다듬고 손질함)하겠다”던 약속을 못 지킨 과정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통나무를 들여와 탕개톱으로 켜는 방식을 시도했으나 이를 처음해 보는 목수들로선 공사 기일을 맞출 수 없었다. 결국 용도에 맞게 현대식 톱으로 자른 제재목을 사용했다.
최 국장은 숭례문 논란의 단초가 된 단청 균열에 대해선 “우리도 모두 단청장(홍창원)을 믿었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숭례문 복구 전체가 부실과 비리로 물들었다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최 국장은 “잃어버린 전통 기법을 단 한 번의 시도로 되살리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해 이해를 구하려고 책을 펴냈지만 파문만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