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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Hot 피플]사법처리說… 中 저우융캉 전 서기

입력 | 2014-02-03 03:00:00

보시라이와 한방쓰나… 심판대에 선 ‘中 사법계의 황제’




중국에서 저우융캉(周永康·72·사진)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의 사법처리설은 ‘확정된 미래’처럼 떠돌고 있다. 중국 언론은 한 곳도 거론하지 않지만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는 처리설을 암시하는 글이 적지 않다. 중국 소식에 밝은 홍콩 기자들은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그의 구속 관련 기사를 다 써놨다고들 한다. 중국 여론이 ‘사법·공안의 차르(제정 러시아 황제)’가 몰락하기를 기다리는 배경은 무엇일까.

저우 전 서기는 명목상으로는 최고 권력의 말단이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시절 9명의 상무위원 중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그는 중앙정법위 서기를 겸했다. 이 자리는 공안 검찰 법원 국가안전부를 총괄한다.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나 고위 관료 자제 그룹)을 이끌던 쩡칭훙(曾慶紅) 전 부주석이 공안부장이던 그를 이 자리로 끌어올렸다.

둘은 석유방(石油幇·석유와 관련한 정부와 산업계 인맥)으로도 묶여 있다. 저우 전 서기는 석유대학을 졸업한 뒤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 총경리를 지냈다. 쩡 전 부주석은 석유부(현재 해체됨)와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를 거친 석유방의 리더다.

저우 전 서기의 몰락이 거론된 것은 2012년 2월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 서기 사태가 터지면서부터다. 저우 전 서기는 보 전 서기의 후원자로 거론됐다. 보 전 서기 사태는 겉으로는 개인 비리와 부인의 살인 의혹 비호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1년 뒤 최고지도자로 등극할 시진핑(習近平) 체제를 거부하며 권력 재편을 시도한 데 대한 기성 권력의 응징이었다. 보 전 서기 편에 섰던 저우 전 서기가 궁지에 몰렸다는 말이 당연히 나왔다. 그해 3월 난데없이 저우 전 서기의 쿠데타 주도 소문이 돈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집단지도 체제인 중국에서는 지나친 권력 충돌을 막기 위해 ‘형불입상 사불입국(刑不入常 死不入局·상무위원은 처벌받지 않고 정치국원은 사형당하지 않는다)’ 묵계를 유지한다. 이 때문에 보쉰(博迅) 밍징(明鏡) 등 미국에 서버를 둔 화교권 매체가 2012, 13년 내내 저우 전 서기 처벌설을 보도했지만 무게가 실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우선 석유방이 와해되다시피 했다. 또 그의 정치적 기반 중 한 곳인 쓰촨(四川) 성 간부들도 부패 혐의로 잡혀갔다. 보호막이 없는 상태에서 사법의 칼날이 그를 부패 혐의로 잡아넣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현 지배체제를 위협하는 구체제를 좌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2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그의 사법처리를 승낙했다고 보도했다. 이달 들어서는 저우 전 서기가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에 처리될 것이라는 말이 돈다.

해외 매체들은 저우 전 서기가 정부(情婦) 29명을 뒀고 현재 부인인 자샤오예(賈曉燁) 전 중국중앙(CC)TV 기자와 결혼하기 위해 조강지처의 살인을 사주했다는 기존 소문까지 기사화하고 있다. 이런 소식들은 웨이보 등을 통해 은밀히 퍼지고 있다. 저우 전 서기의 신변 향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종신 연금(軟禁)’ 같은 방식으로 조용히 처리될 것이라는 말도 있다. 중국 내 최대 정치 이벤트인 3월 양회를 전후해 시 주석이 저우 전 서기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지를 베이징 정가가 주목하고 있다.

:: 저우융캉 전 서기 ::

1942년 장쑤(江蘇) 성 우시(無錫) 출생

1964년 공산당 입당

1966년 베이징석유학원(석유대학) 졸업

1967년 다칭유전 실습원으로 첫 사회생활

1988년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 부총경리

1999년 쓰촨(四川) 성 서기

2002년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중앙정법위원회 부서기

2007년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 법위원회 서기(∼2012년 11월)

2013년 9월 저우융캉, 한 달째 가택연금설
          12월 뉴욕타임스, 시진핑이 저우융캉 처리 방안 승인 보도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