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7일 월요일 맑음. 중력. #93 John Mayer ‘Gravity’(2006년)
1만2000피트(3657.6m) 상공에서의 스카이다이브, 109m 높이 벼랑에서의 번지점프, 지상 7500피트에서의 열기구 체험…. 지난 주말 뉴질랜드 퀸스타운에 머문 이틀 동안 난 주로 땅 못잖게 하늘 비슷한 곳에 오래 있었다. 공수부대 훈련에라도 참가한 것처럼.
그게 자살이든 레저든, 높은 데서 뛰어내리는 데 딱 어울리는 음악이 뭐가 있을까. 믿거나 말거나, 퀸스타운 교외의 스카이다이빙 캠프에서 비행을 앞두고 보호 장구를 착용할 때 장내 스피커로 나오던 음악은 메탈리카의 ‘원’이었다. 지뢰를 밟은 뒤 사지가 절단된 병사가 신께 죽음만 간청하는 노래를 스카이다이빙 10분 전에 틀어주는 레저 회사의 친절이라니…. 만년설로 덮인 리마커블 산맥과 거대한 와카티푸 호수의 아찔한 절경을 향해 경비행기 꽁무니에서 맥없이 내쳐질 때의 기분이란….
순간의 불꽃은 슬로 모션처럼 기억되고 중력은 오늘도 날 아래로 잡아끈다. 허튼 꿈을 꾸지 말라며. 그저 쉬라며. 그러다 끝내 어두운 땅 밑으로 내려오라면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