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쇼크’ 亞증시 동반 추락
그동안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경상수지도 큰 폭의 흑자를 지속하고 있어 다른 신흥국과 사정이 다르다”라고 평가해 왔지만 국제적으로 막대한 자금을 움직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기에 한국도 다른 신흥국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 “한국은 선진국 아닌 신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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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를 언제 실시할지 모르던 지난해 하반기에 한국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아시아 신흥국의 혼란을 피해 잠시 맡길 곳을 찾아온 ‘파킹 자금’의 성격이 강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로서는 한국을 선진국으로 볼 이유가 없기 때문에 한국 경제가 앞으로 신흥국과 동조화 현상을 보일 개연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온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스마트폰 시장 포화, 대형 차 판매 저조 등 구조적 한계에 부닥치며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한국을 글로벌 자금 이동의 안전지대로 보기 어렵게 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 경제는 외국인 자금 흐름에 좌우되는 경향이 큰 만큼 외환위기에 더 취약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승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는 사상 최고 흑자를 기록했지만 외국인과 내국인 간 자본유출입 차이인 ‘자본수지’는 적자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동남아로 번지면 한국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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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제 기초 체력이 다른 신흥국보다 튼튼한 만큼 이번 사태가 남미에 한정된다면 큰 부침이 없겠지만, 한국과 교역 규모가 큰 동남아로 영향이 확산된다면 한국 증시와 환율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외환 위기 여파로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제2의 ‘키코 사태’가 터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이날 한국은행이 내놓은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시장의 최근 동향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현재 비정형 통화파생상품(환율 변동에 따라 각종 조건이 달라지는 파생 상품) 거래 잔액은 39조8000억 원으로 2012년 말에 비해 52.5% 늘었다. 박종열 한국은행 분석기획팀장은 “지금까지의 거래 규모로는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이 규모가 계속 가파른 증가세를 유지한다면 환율이 급변할 경우 환헤지 등을 위해 비정형 통화파생상품에 투자한 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