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드 대통령 진퇴 놓고 평행선… 회담 주도 潘총장 외교력 시험대에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행진’을 멈추기 위한 ‘제네바2 회담’이 22일 스위스 몽트뢰에서 개막됐다. 그러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거취를 놓고 참석자들이 치열한 공방을 벌여 첫날 회의는 성과 없이 끝났다.
이날 시리아 정부 대표와 반군 대표를 비롯한 39개국 외교장관과 4개 국제기구는 2012년 6월 ‘제네바1 회담’에서 합의한 ‘시리아 과도정부 수립과 민주선거’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하지만 아사드 대통령 퇴진이 전제조건이라는 서방국들의 의견에 시리아와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했다.
왈리드 무알렘 시리아 외교장관은 “아사드 대통령의 사퇴는 절대 없을 것”이라며 “시리아 정부는 테러리즘과 싸우고 있는데 서방은 비밀리에 테러리스트를 지원하고 있다”고 서방국가들을 비난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2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사드 대통령을 ‘전략적 파트너’로 보진 않지만 현직 대통령으로서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반정부 연합체인 시리아국민연합(SNC) 아흐마드 자르바 의장도 “시리아 정부군이 오히려 이란, 헤즈볼라 등 테러리스트를 이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최근 국제사법재판소 검찰관이 제출한 보고서에 나온 아사드 정권의 포로수용소 대규모 학살 및 고문 의혹에 대해 국제사회가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회의에서 무알렘 장관은 7분으로 제한된 발언시간을 20분 넘게 초과해 서방국가를 비난하다가 “발언시간을 지켜 달라”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설전을 벌였다. 뉴욕타임스는 “비틀거리는 외교 문제로 인해 간신히 시작된 시리아 평화회담에서 마찰과 날선 비판이 오갔다. 시리아 외교장관이 회의 규칙을 무시하고 반 총장에게 공개적으로 도전했다”고 전했다.
이번 시리아 평화회담은 사실상 반 총장이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담의 성패가 그의 정치·외교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대’로 여겨지고 있다. 시리아에 대한 군사 대응을 막고 평화회담을 개최한 것은 반 총장의 공로지만 이란을 초청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한 것에는 “전 세계 대표 외교관으로서 좀 순진했다”(미국외교협회 스튜어트 패트릭 수석연구원)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반 총장이 팽팽한 미-러 대결 속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회담은 24일부터 제네바 유엔본부로 장소를 옮겨 7∼10일간 유엔과 시리아 양측 대표단의 당사자 회의로 진행된다.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 아랍연맹 특사는 양측 대표단이 국지적 정전과 포로 교환, 인도주의적 지원 통로 확보 등 단계적 평화안을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은 “일단 외교적 절차를 시작하면 성과가 나올 수 있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