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봅슬레이 대표팀 ‘브레이크맨’ 서영우-전정린-신미화
봅슬레이 대표팀의 전정린(왼쪽) 서영우(오른쪽)가 22일 인천공항에서 신미화를 카트에 태우고 힘차게 미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 선수는 썰매를 뒤에서 미는 브레이크맨을 담당하고 있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대표팀이 전 종목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빨라진 출발 속도 덕분이다. 봅슬레이는 0.1초로 순위가 뒤바뀌는 종목이다. 출발 구간에서 0.1초를 단축하면 전체 기록은 평균 0.3초 정도 줄어든다. 대표팀은 지난 시즌보다 출발 속도를 0.5초 단축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월드컵 3차 대회에서는 출발 속도만으로 출전팀 중 4위를 기록했다. 이용 봅슬레이 대표팀 감독은 “봅슬레이에서 브레이크맨의 역할은 기록의 60∼7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파일럿이 아무리 잘 썰매를 몰아도 출발에서 늦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서영우는 취미가 웨이트트레이닝이다. 틈만 나면 역기 등을 들고 근육을 키운다. 170∼200kg의 무거운 썰매를 최대한 빨리 밀기 위해서는 웨이트트레이닝이 필수다. 처음에는 스쿼트로 150kg밖에 들지 못했지만 이제는 240kg도 너끈하게 들어올릴 정도로 근육을 키웠다. 대표팀에 들어오기 전까지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았던 전정린은 처음에 커다란 봅슬레이 썰매를 보고 겁부터 났다. 하루 4시간의 웨이트트레이닝에 수십 번씩 썰매를 미는 훈련이 힘들어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바퀴 달린 것만 보면 밀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로 봅슬레이에 빠지게 됐다. 신미화는 대표팀에 들어온 뒤 독특한 습관이 하나 생겼다. 휴식 시간이나 틈날 때마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손으로 벽을 힘껏 미는 것이다. 신미화는 “계속 썰매를 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벽을 수차례 힘주어 밀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정린 오빠처럼 무언가를 계속 밀고 싶을 때도 많다”고 웃었다.
가장 힘들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이들은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바로 무임승차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라고 했다. 서정우는 “출발할 때 브레이크맨이 얼마나 빨리 썰매를 밀어주느냐에 따라 성적의 70%가 결정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중요한 역할이지만 썰매가 출발한 이후에는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묻어간다는 무기력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