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2위 올라서
2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정보통신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칩 판매액은 500억6700만 달러(약 53조2600억 원)에 이르렀다. 세계 반도체 판매액의 15.8%를 차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시장 점유율은 일본(13.9%)을 넘어선 것으로 미국(52.4%)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것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 반도체 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하고 있었던 일본을 제친 것은 일본이 1990년대 후반부터 모바일용 반도체 등 새로운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경쟁력을 급격히 잃은 반면에 한국은 반도체 분야 전반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넘을 수 없는 장벽으로 여겨졌던 일본의 반도체산업을 넘어선 것은 획기적인 성과”라고 말했다.
한국이 처음으로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것은 1965년 고미전자산업이 설립되면서부터다. 미국 코미(Commy)사와 합작 설립된 이 회사는 트랜지스터를 조립, 생산하면서 한국 반도체산업의 씨앗이 됐다. 이후 외국 기술에 의존하던 국내 반도체산업은 과감한 투자를 시작한 삼성이 1983년 63K D램을 처음으로 자체 개발하면서 자립의 기반을 닦아 1990년대부터 수출 효자 산업으로 크게 성장했다.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수출액은 1992년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선 뒤 2000년에는 260억 달러, 지난해에는 570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반도체 무역수지는 22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442억 달러)의 절반을 차지했다.
하지만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들이 압도적 경쟁력을 갖춘 메모리 반도체 분야 외에 시장 규모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4배 수준에 이르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아직까지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장비, 소재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반도체 장비 분야의 국산화율은 20.6%, 반도체 소재 분야는 48.5%에 그치고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