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이 좋아하지 않을 말을 해야겠다. 위기는 기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긍정의 배신(바버라 에런라이크·부키·2011년) 》
‘위기는 곧 기회.’ 각종 신년사에 등장하는 인기 테마다. 한국에서만 이 역설이 인기를 끌까? 미국의 인기 저자 하비 매케이의 자기계발서는 ‘우리는 해고당했다! 지금까지 겪은 일 중 최고 멋진 일’이라는 제목이 달렸다. 긍정적이 되면 문제를 더 빠르게 매듭지을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저자는 이 같은 환상에 찬물을 끼얹는다. 위기는 위기라고.
긍정적 사고는 이제 이데올로기가 됐다. 단순히 삶의 태도에 머물지 않고 성공의 열쇠로 여겨진다. 조직에서 ‘삐딱이’는 부적응자로 배척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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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무분별한 긍정주의다. 위기 징후에 눈감게 한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리먼브러더스의 고정자산 부문 글로벌 책임자였던 마이크 겔밴드는 2006년 말 부동산 거품을 감지하고 최고경영자(CEO)인 리처드 풀드에게 사태를 경고했다. 그러나 풀드는 잔치의 흥을 깨는 비관론자를 바로 해고했다. 2년 뒤 리먼은 파산했다.
긍정은 위기를 먹고 자란다. 한국 사회에도 각종 동기 유발 산업이 넘쳐난다. 사회 양극화가 부각되거나 경기침체가 길어지면 ‘긍정의 힘’,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과 같은 자기계발서가 잘 팔린다. 힐링도 좋고 붐업도 좋다. 하지만 가난, 비만, 실업 등 현실 문제는 마음가짐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작은 장애물이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절망하란 말은 아니다. 고뇌를 부풀리는 부정적 사고도 일종의 환상이다. 저자의 대안은 사안을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이다. 여기에 약간의 방어적 비관주의도 곁들일 것. 운전할 때 누군가 불쑥 튀어나올 수 있음을 가정해 브레이크를 밟을 준비를 하란 얘기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