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기자의 눈/손영일]여당 대표-공기업 사장… ‘잘못된 정치면담’ 20분

입력 | 2014-01-18 03:00:00

최연혜, 철도파업 한달도 안돼… 지역구 당협위원장 인선 거론
황우여, 崔언행에 선긋기는커녕… 미소 띠며 “돌봐달라는 얘기”
안팎 “공기업 개혁 논의는 않고…”




손영일·정치부

손영일·정치부

16일 오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황우여 대표와 홍문종 사무총장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최연혜 사장과 마주 앉았다. 20여 분간 이어진 면담은 가벼운 환담으로 시작됐지만 최 사장이 ‘정치’ 문제를 꺼내기 시작하면서 점차 무거운 분위기로 빠져들었다.

면담이 끝난 뒤 최 사장은 서둘러 모습을 감췄고 이후 대표실에서 나서는 황 대표에게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다. 뜻밖에 황 대표의 입에서는 “자기(최 사장) 지역구 때문에…”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어 “자기 지역구였으니까 정치 좀 하고 싶은데 돌봐 달라는 그런 얘기지”라고 말했다. 면담 이유가 코레일 문제가 아닌 최 사장의 정치 행보와 관련된 것이었음을 황 대표 스스로 밝힌 것이다.

공기업 사장이 여당 대표를 못 만날 이유는 없다. 굳이 부적절한 만남이라고 치부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만나서 논의한 내용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최 사장은 이 자리에서 공석(空席)인 새누리당 대전 서구을 당원협의회 위원장 임명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사장은 지난해 10월 코레일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새누리당 대전 서구을 당협위원장이었다. 22일간의 최장기 철도노조 파업으로 사회 전체가 홍역을 치른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인데 본업을 외면하고 정치를 하려 한 셈이다. 염불보다 잿밥에 온통 관심이 쏠린 것은 아닐까.

황 대표와 최 사장이 어렵사리 마주 앉은 만큼 공기업 개혁과 철도노조 파업으로 인한 후속 대책을 꼼꼼히 논의하고 이를 공식 발표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설령 최 사장이 먼저 자신의 정치적 문제를 꺼냈을지라도 황 대표는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어야 했다. 그게 국정 운영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집권 여당의 대표다운 태도가 아니었을까.

비단 황 대표뿐만이 아니다. 요즘 새누리당 지도부의 태도는 책임 있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가까이는 7월과 10월 재·보궐선거, 멀리는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전국 각지에선 당협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물밑 암투가 치열하다. 그런데도 새누리당 지도부는 내부 교통정리에 나서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진흙탕 싸움에 스스로 깊이 발을 담그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황 대표를 비롯한 집권당 지도부의 모습을 보니 ‘웰빙 정당’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손영일·정치부 scud2007@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