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스포츠동아DB
■ 기성용 공격형 미드필더 실험 성공의 의미
선덜랜드 이적 후 다용도 전술 옵션 활용
볼 키핑·킥 감각·몸싸움 등 감독 눈에 쏙
공격형 MF·수비형 MF·중앙수비수 가능
전방 볼 배급·중거리 슛 능력까지 극대화
선수의 포지션 변경은 팀 사정과 깊은 연관이 있다. 선수에게 마냥 달가울 수는 없다.
주 임무와 번외 업무를 수행하려면 혼란이 커질 수도 있고, 체력적인 부담도 가중된다.
기성용(25·선덜랜드)은 요즘 팀에서 다용도 전술 옵션으로 활용되고 있다. 12일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풀럼FC와의 2013∼201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원정 경기에서 평소와 달리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거스 포옛 감독의 실험은 성공했다.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기성용은 자신에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했다. 1골 1도움과 함께 선덜랜드의 4-1 승리를 지휘했다.
● 3가지 포지션 수행, 이상 무!
기성용은 공격수가 아니다. 수비능력이 좋은 수비형 선수다. 득점이나 어시스트 등 공격 포인트를 올려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그런데 최근 모습은 그렇지 않다. 기성용은 정규리그에서 2골을 터뜨렸고, 리그 컵(캐피털원컵)까지 합치면 올 시즌 3골을 넣었다. 그것도 모두 지난해 12월 하반기부터 쏟아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포옛 감독이 기성용을 전진 배치했기 때문이다. 선덜랜드는 강등 탈출이 시급하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가동해야 했다. 구단 자금사정도 넉넉지 못해 이적료를 주고 선수를 영입할 수도 없다. 결국 기존 스쿼드 역량을 극대화하는 게 최대 과제였다.
그런데 선덜랜드에서는 한 가지 임무가 더 추가됐다. 적극적인 전방으로의 볼 배급이었다. 이는 기성용의 타고난 장점이기도 했다. 장기인 중거리 슛까지 더해지면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포옛 감독은 내다봤다. 기성용이 공격적으로 나설 경우, 전투적인 성향이 강한 리 캐터몰과 포지션이 겹치는 현상도 방지할 수 있었다. 가뜩이나 부족한 전력에 선수 한 명을 선발 출전 엔트리에서 제외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풀럼 원정전은 기성용의 모든 걸 확인할 기회였다. 팀이 필요한 모든 걸 수행했고 입지는 더욱 단단해졌다. 스완지시티에서는 기성용을 복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쫓겨나듯 임대됐던 과거와는 천양지차다.
기성용은 “우린 필사적으로 싸웠고, 자신감도 찾았다”고 했다. 포옛 감독도 ‘팔방미인’ 기성용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포지션을 놓고 고민이 커졌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