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불거진 분쟁이 국정교과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여권에서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물고 늘어지기’식 반대에 국정화(國定化)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야권에서는 유신시대로의 회귀라고 반발했다. 반대 진영이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을 떨어뜨리기 위해 동원한 과격하고 비이성적인 수단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검정에서 국정으로 돌아가는 것은 역사교육의 퇴보다. 역사 해석에 다양한 시각을 존중하는 검정 체제 내에서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교학사 교과서는 선을 보이기도 전에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로, 유관순 열사를 ‘여자 깡패’로 기술했다는 모함을 받았다. 교학사 교과서는 다른 교과서와 달리 처음 만들어진 탓에 평균보다 많은 오류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좌파 역사단체가 주도한 공격의 상당수는 그 자체가 오류이거나 악의적이었다. 교학사 교과서는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검정을 통과했고 몇 개 남은 오류도 인쇄 전까지 수정할 계획이었다. 그럼에도 공격의 빌미를 교학사 교과서의 부실한 서술이 제공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사실 관계와 내용이 정확한 교과서였다 하더라도 좌파 역사단체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겠지만 시간을 두고 치밀하게 준비했더라면 지금처럼 사실상 채택률 0%라는 치욕적인 참패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사는 이명박 정부에서 고교 필수과목이 되고 박근혜 정부에서 수능 필수과목이 됐다. 대한민국의 건국과 6·25전쟁, 그리고 북한의 역사를 정확하게 서술한 교과서가 드문 상황에서 필수화라는 레일부터 깐 것은 성급했다. 좌파 역사단체들의 행위를 규탄하기 위해서 질러보는 말이라면 모르되 지금 단계에서 국정화를 추진하면 역사 논쟁을 정치싸움으로 변질시키는 무리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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