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소비자경제부 기자
요즘 커플들은 이런 파파라치 컷 형식의 스냅 사진을 무척 중시한다. 그래서 기성세대가 아는 일반적인 웨딩 촬영과 별도로 새벽에 미용실에 들러 메이크업을 받는 모습, 리무진에 오르는 장면 등을 자연스럽게 찍어줄 스냅 업체를 여러 곳 고용한다. 비용이 회당 50만∼100만 원을 호가해도 인기 업체들은 예약이 밀려 있다. 신혼여행에서는 현지 스냅 작가를 또 섭외한다. 이국적인 곳에서의 달콤한 한때(데이트, 쇼핑 장면 등)를 전문가의 손을 빌려 완벽히 남기기 위해서다. 커플은 플래시 세례 속에서 특별한 인생의 주인공임을 확인받는다. 이런 사진들은 물론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바로 올려진다.
‘오직 이때뿐’이란 환상을 이용해 웨딩산업 자체가 자기애를 극대화시키는 측면은 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게 겨우 시작일 뿐이란 점이다. 이렇게 결혼한 이들은 임신하면 똑같은 방식으로 만삭 화보를 찍고, 출산 후엔 성장 화보, 돌 스냅을 찍는다. 해외 휴가지에서의 사진을 전담으로 찍어주는 스냅 업체를 고용하는 평범한 사람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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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틈을 타고 나르시시즘 산업은 계속해서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노페’에서 ‘캐몽’으로 해마다 아이템만 바뀔 뿐 되풀이되는 사치품 집단 유행이나 급성장 중인 ‘의뢰형 파파라치 산업’ 등이 모두 그런 예다. 욕망이 산업을 키우고 상술이 욕망을 다시 자극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진화심리학자 제프리 밀러는 ‘스펜트’에서 모두 나를 의식하고 있을 것이란 환상, 내가 소유한 것들이 나의 취향과 지위를 설명해준다는 착각이 나르시시즘 소비를 유발하는 현대 소비주의의 허상이라고 지적한다. 평범한 소비자들까지 나르시시스트가 되도록 충동질하는 ‘고삐 풀린 소비주의’와 ‘아바타 세대’의 만남이 자못 위태롭게 느껴지는 이유다.
박선희 소비자경제부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