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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이후 5개월간 우왕좌왕… 혼란 불러

입력 | 2014-01-10 03:00:00

[한국사 교과서 파문 확산]
2008년 금성교과서 사태 겪고도 이념문제 해소할 대책 못세워




시민단체 “교과서 압력 안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교에 압력을 가한 외부 단체들을 규탄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고교 한국사 교과서 논쟁은 지난해 8월 교과서 8종이 검정을 통과한 이후 불거졌다. 하지만 해가 바뀌도록 논란이 종식되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는 부실한 교과서와 과도한 이념 대립이 1차적 원인이지만 주무 부처인 교육부가 매번 임시변통으로 대처한 것이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6년 전 금성출판사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를 둘러싸고 비슷한 이념 대립 전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지 못한 탓에 사태가 재발한 면도 크다.

2008년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좌편향된 사회교과 교과서를 바로잡겠다고 선언하고 금성출판사를 비롯한 6종의 근현대사 교과서를 수정했다. 당시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 집필 및 수정과 관련한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먼저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을 강화하겠다며 국사편찬위원회를 통해 새로운 집필기준을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 논란이 좌편향 해소에 집중돼 있었던 탓에 이 집필기준 역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념 대립 문제를 해소할 만한 가이드라인은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또 당시 교육부는 다원화된 역사의식을 반영하기 위해 한국사 교과서 집필·검정 과정에 사회과학자들도 참여시키겠다고 했으나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아직까지도 출판사별로 특정 이념을 가진 역사학자 및 역사교사들이 모여 교과서를 집필하고,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 절차 역시 역사학자들이 도맡고 있다.

교육부는 과거의 전철을 반복하는 것도 모자라 이번 사태에서 악수를 거듭했다. 8종 교과서가 제작되기도 전인 지난해 상반기부터 ‘교학사 교과서가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로, 유관순을 깡패로 기술했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져 교과서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지만 교육부는 이를 수수방관했다. 단지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기 전에는 공개할 수 없다는 뜻만 고수했을 뿐이다.

8종 교과서가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을 통과한 직후인 지난해 9월 초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수정 요구가 높아지자 교육부는 나머지 7종 교과서까지 모두 수정하도록 함으로써 ‘물타기’ 논란을 자초했다. 이후 교육부는 전문가협의회 구성원이나 회의 일정 등을 공개하지 않은 채 수정, 재수정, 추가 수정을 반복하면서 좌우 공방을 격화시키는 빌미를 제공했다.

최근 일선 고교들의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도 교육부는 교학사 교과서를 철회한 학교들을 대상으로 근거 없는 특별조사를 실시하고 부실한 결과를 발표해 ‘정부가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교과서 문제에 대한 교육부의 ‘삽질’ 과정을 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정리해야 할 때는 손을 놓고 있다가 개입하지 말아야 할 부분에서는 끼어드니 욕만 먹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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