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소비감소→내수침체→저성장… 일본 장기불황때의 시그널 닮아가정부, 제2금융권 대출규제 채비… 주택대출 장기분할상환 전환 유인전문가들 “금리인하 선제대응 필요”
이 같은 경제 흐름은 빚이 많은 중산층에게 부채 증가와 자산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二重苦)’를 안길 수 있다.
○ 부채 증가와 내수 침체의 악순환
8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수도권의 주택매매가격은 2012년 2월부터 거의 2년째 마이너스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1년 전 2,000을 넘었던 코스피도 지금은 1,960 언저리로 후퇴하며 시가총액이 줄었다. 소비자물가는 아직 디플레이션 단계는 아니지만 전월 대비 상승률이 지난해 네 차례나 마이너스를 보여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저물가와 자산 디플레이션 국면이 1000조 원의 가계부채와 맞물리면 엄청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계가 빚을 갚느라 소비를 줄이면 이것이 물가를 낮추고, 낮은 물가 상승률은 다시 부채의 실질부담을 높이는 악순환을 만든다. 또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하락은 부채가 많은 가계의 대출 담보력을 떨어뜨려 원금 상환을 어렵게 한다. 자칫 가진 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자산가치는 떨어지고 부채가 늘어나면서 가계의 순자산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며 “1929년 대공황과 일본 장기불황 때도 발생했던 매우 위험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일부 전문가 “금리인하로 선제 대응해야”
정부는 우선 저축은행, 신용카드사 등 제2금융권의 대출건전성을 살펴보고 필요할 경우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서민들의 돈줄을 조인다는 비판도 없지 않지만 2금융권 대출 부실이 빈곤층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주택금융공사와 국민주택기금의 장기대출 공급은 늘리고 주택담보대출을 장기·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촉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변동금리 대신 고정금리 상품으로 돌릴 수 있는 유인책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관리 방안에 그칠 뿐 부채 디플레이션의 근본적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최근 원화강세와 저물가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조기에 통화당국이 금리인하를 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본도 저성장·저물가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결국 디플레이션이 시작됐다”며 “앞으로의 통화정책도 인플레이션만 변수로 놓고 결정할 게 아니라 금리인하를 포함한 기조 변화를 함께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