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 있지만 상호의존도 커… 냉전시대 美蘇관계와는 달라 中, 美주도 체제 깰 힘-의도 없고 韓美동맹 굳건히 유지되는 한 美도 韓中관계 발전 반대 안해 한국 샌드위치論은 현실 호도할 수 있는 위험한 담론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요즘 한국에서 눈에 띄게 부상하는 담론 중의 하나가 소위 미중 간 ‘샌드위치론’이다. 즉 두 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이 어느 한 곳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주장이다. 군사 안보 면에선 미국이 중요해도 중국의 부상,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 중국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으며 이때 ‘배를 갈아탈 타이밍’을 잘 찾아야 할 것이라고 한다.
일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실을 호도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요소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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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현재의 미중관계는 과거 정치 군사적 중심의 미소(美蘇)관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냉전시대가 끝난 후 지난 20년 동안 미국이 주도해 온 체제 속에서 가장 덕을 많이 본 나라가 중국이며 당분간 현 체제를 깨고 중국 주도의 새로운 체제를 만들 의도나 힘이 없다. 미소 간 선택을 해야 했던 냉전 시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미 동맹의 축만 확고하다면 미국 입장에선 한중관계가 발전하는 것을 꺼릴 이유가 없다.
미중관계를 갈등과 대립으로만 보는 것도 현실감이 떨어진다. 물론 갈등적 요소가 존재하지만 현재의 미중관계는 훨씬 더 복합적이다.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상호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양국 간 갈등은 서로에게 큰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워싱턴의 중요 담론인 ‘중국 위협론’이 반드시 미국의 시각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 내에선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정책을 중국에 대한 컨테인먼트(봉쇄정책)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그동안 중동이나 아프가니스탄 등에 치중하느라 소홀해졌던 아시아 지역에 더욱 신경을 쓰겠다는 데 근본 취지가 있다고 봐야 한다.
지난번 방한 시 논란이 되었던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미국에 반하는 베팅을 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는 발언도 미국이 아직 건재하고 아시아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때문에 미국을 믿어도 된다는 의미이지 미중 간 선택을 하라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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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한중관계가 경시되어도 좋다는 뜻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 손상된 한미동맹 복원을 기치로 내걸다가 한중관계가 손상되었던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는 거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한미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축으로 한 한중관계 개선이라는 큰 틀을 만들어 놓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2014년엔 이러한 안보 축을 바탕으로 정부가 구상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구상을 본격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이를 통하여 동북아 정세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는 중견 국가의 위상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