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3분기 대비 실적전망 ‘공포’ 수준
● 대장주 실적 뚝… 더 떨어질 수도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평균치는 8056억 원으로 전분기의 8399억 원에 비해 4.1% 감소했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경기가 경색 국면을 보였던 지난해 2분기(4∼6월)에도 영업이익 증가율이 평균 3.4%에 이를 정도로 최근 1년간 꾸준한 실적을 내왔다.
이 같은 실적 하락은 그동안 ‘다걸기’ 하다시피 해 온 스마트폰과 고화질 TV 시장의 부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비용은 늘어나는데 수요가 받쳐주지 않으면서 가격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것.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들 기업이 그동안 쌓인 TV와 휴대전화 재고를 싼값에 처분하면서 영업이익이 더 떨어진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전자기업의 실적 저하는 관계사의 실적까지 끌어내렸다. TV와 스마트폰 수요 부진으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치는 2109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54%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3분기 1조 원이 넘는 이익을 낸 SK하이닉스도 중국의 생산라인 화재 등 악재가 겹치면서 4분기 실적은 34% 감소한 7685억 원가량일 것으로 전망됐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금융회사들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치는 6112억 원으로 3분기 대비 20% 떨어졌고 KB금융지주 역시 전분기 대비 25% 줄어든 4442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현대·기아차는 신차 효과로 수출이 늘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3분기보다 늘어났다.
● 경기불황 엎친 데 환율 상승 덮쳐
최근 계속되고 있는 원화 강세도 실적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생각한 환율 마지노선은 달러당 1050원, 100엔당 1000원 수준인데 이 선이 깨진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수출 중심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더 나빠지는 ‘어닝 쇼크’도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환율 악재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업 실적이 한동안 개선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폴 티브난 블룸버그 외환 및 상품 전자 트레이딩 글로벌 책임자는 최근 “글로벌 외환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올해 1분기(1∼3월) 안에 원-달러 환율이 1040원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환율 리스크 외에도 올해 기업들의 실적을 어둡게 할 요인이 산재해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중국의 성장률 둔화, 유로존의 더딘 회복세가 향후 실적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들로 지목된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