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프랑수아 쳉의 ‘죽음에 관한 다섯가지 명상’
아카데미 프랑세즈(프랑스학술원) 최초의 동양인 회원이 된 철학가이자 시인, 소설가인 프랑수아쳉. 사진 출처 르피가로
이들에게 물었다. 왜 엄숙한 장례식에서 춤을 추느냐고. 그들은 대답했다. “우리는 그의 죽음을 슬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삶을 축복하러 나온 것”이라고. “마디바(만델라의 존칭)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자유에 감사하고, 축하하기 위해서”라고.
때로는 가식적일 정도로 슬픔을 표현해야만 하는 우리의 장례 문화와 너무도 다른 남아공 사람들의 모습에서 충격을 받았는데, 최근 프랑스에서 발간된 한 권의 책을 읽고 비로소 의문이 풀렸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시인, 소설가인 프랑수아 쳉(85)이 펴낸 ‘죽음에 관한 다섯 가지 명상’(알뱅 미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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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한때 ‘제3세계’로 불렸던 지역 출신이라는 점을 밝힌다. 어린 시절 겪어야 했던 중일전쟁, 국공(國共)내전, 전염병, 굶주림, 가난…. 병치레가 많았던 그는 “내가 그리 오래 살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삶이 더욱 소중하고, 짧다는 것을 늘 자각하게 됐으며, 시적인 명상을 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우리는 지옥에 떨어진 형벌을 받은 족속이다. 영원히 병들고, 죽어 가야 할 신체와 정신을 갖고 태어난다. 인간은 ‘뜻밖의 선물’ 같은 자그마한 삶의 한 조각조차 부패해서 상해 버릴 정도로 고통과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다.”
그러나 그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죽음 이후의 세계’가 아니다. 그는 거꾸로 ‘죽음’의 시각에서 삶을 정면으로 꿰뚫어 볼 것을 주문한다. 흔히들 죽음을 삶의 허무한 종말로 생각한다. 그러나 프랑수아 쳉은 거꾸로 “죽음은 삶의 소중한 열매”라고 말한다. 열매가 무르익게 되면 땅에 떨어지듯, 열매는 결실인 동시에 죽음이다. 만델라의 죽음을 진심으로 축복하던 남아공 사람들의 지혜가 비로소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이 책의 부제는 ‘삶에 대한 명상’이다. 새해가 밝았다. 내 삶을 더욱 소중하고, 가치 있게 바라보기 위해 한번쯤 죽음에 대해 깊이 명상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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