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기지 설립 주역… 심재설 해양과기원 연구본부장
심재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특성화연구본부장이 이어도기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지난해 12월 8일 정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확대 선포하면서 가장 주목받은 곳은 수중 암초 ‘이어도’다. 2003년 한국해양연구원(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주축이 돼 완공해 2007년부터 국립해양조사원으로 운영권이 이관된 ‘이어도해양과학기지’가 있는 곳이다.
이어도기지 설립의 주역인 심재설 해양과학기술원 특성화연구본부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국가 안보를 위해 정치 외교적 활동이나 선언도 중요하지만 일상적인 과학 연구도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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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본부장은 “2000년 11월과 2002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이 이어도기지 건설 중지를 요청했는데 국제법상 관례에 따라 이어도 해역은 우리 영역에 포함된다는 점을 근거로 기지 건설을 계속했다”고 회고했다.
이어도기지의 주요 연구 분야는 태풍과 기상 관측이다. 심 본부장은 “이어도기지는 태풍의 길목에 건설된 세계 유일의 해양과학기지”라며 “풍량과 일사량을 관측해 몬순(장마) 시기를 예측할 수도 있고 최근 이슈가 된 미세먼지의 유입 경로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간 관측한 데이터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도 중요한 임무다.
이어도기지의 관측 데이터를 토대로 이뤄진 연구 논문은 40편이 넘는다. 기상관측, 해양생물, 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술적 가치가 있다는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해양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곳이 됐다. 특히 해외 주요 논문에 ‘대한민국의 남쪽 암초 이어도(Ieodo, Republic of Korea’s southern reef)’라는 표기가 정착되면서 ‘이어도’라는 한국의 명칭이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과학 연구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도기지의 최근 주요 연구 화두는 서해의 염도가 높아지는 고염화와 미세먼지다. 중국은 최근 물이 부족한 베이징에 양쯔 강의 물을 끌어 쓰는 ‘남수북조’ 공정을 시작했는데 이후 서해로 흘러드는 물이 줄면서 고염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농도가 짙어지고 있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유입 특성도 이어도기지에서 관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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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본부장은 “최근 해양으로 힘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을 고려하면 이어도기지는 우리 세대가 후대에 남기는 자산”이라며 “우리나라 국토 안보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해양연구의 첨병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산=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