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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경영 지혜]개미구멍 놔두면 큰 둑도 무너진다

입력 | 2014-01-01 03:00:00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이 피부에 와 닿는 세상이다. 탄탄하다고 믿었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부도가 나서 무너지기도 하고, 잘나가던 사람이 끝도 없이 추락해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기도 한다. 무리한 사세 확장과 돌려막기 회사채 발행으로 불행을 자초한 어느 대기업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을 확인시켜준다.

기업이 무너지고 잘나가던 사람이 추락하는 건 큰일 때문만은 아니다. 평소에 하찮게 여기고 별 볼 일 없다고 무심코 지나친 것이 암담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잠깐 방심해 잘못 투자한 곳에서부터 기업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 때문에 더 이상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천 길 높이의 큰 둑(千丈之제)도 사소한 개미구멍이 커져서 무너지는 것이며(以(누,루)蟻之穴潰), 백 척 높이의 큰 집(百尺之室)도 굴뚝 아궁이에서 시작된 불이 원인이 돼 잿더미로 변하는 것이다(以突隙之烟焚).’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재앙의 기원에 관한 글이다. 개미나 땅강아지가 파놓은 조그만 구멍을 무시하고 지나치면 어느 날 큰 둑이 무너지고, 아궁이의 불씨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궁궐 같은 큰 집이 전소되는 화를 입는다.

또 ‘사람은 산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는 없다(人莫지于山). 개미 언덕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다(지于질)’라는 말도 있다. 청나라 심덕잠(沈德潛)이 편찬한 ‘고시원(古詩源)’에 수록된 글귀다.

지난 역사를 보면 나라가 망하는 이유는 외적의 침입이나 엄청난 자연 재해가 아니라 국론의 분열, 기득권층의 이기심, 지도자들의 부패 등 그 나라 내부의 조그만 문제들이 쌓여서인 경우가 많다. 천길 높은 둑도 조그만 개미구멍이 커져서 무너지고, 길 가던 사람이 개미 둑에 걸려 넘어진다는 글귀를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 무심코 지나치는 개미구멍이나 개미 둑은 없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tao2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