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의 인생 매혹의 요리사/후안 모레노 지음·장혜경 옮김/330쪽·2만 원/반비사형수의 요리사 등 17명 인터뷰
미국 텍사스의 식당 ‘더 웨이 스테이션’ 주방장 브라이언 프라이스는 10년간 텍사스 헌츠빌의 교도소에서 복역하며 사형수 200명의 마지막 식사를 책임졌다. 그는 그 시간 동안 잠을 잘 자지 못했고 지금도 죽은 사형수들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비 제공
미국 텍사스에선 사형수 200명에게 사형 직전 마지막 식사를 만들어 준 요리사 브라이언 프라이스를 만난다. 현재 텍사스의 평범한 식당 주방장인 그는 처남 납치와 전처 강간 혐의로 텍사스 월유닛 교도소에서 1989∼2003년 복역했다. 그는 피자가게 아르바이트로 일한 게 전부였지만 교도소 주방 보조로 일하다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를 전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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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사형수가 가장 많이 찾은 요리는 스테이크였다. 하지만 1993년 교도소 규정이 바뀌면서 마지막 식사에 쓸 식재료는 교도소 주방에 보관된 것만 사용하도록 정해졌다. 당연히 마지막 식사의 풍족함이나 낭만도 사라졌다. 사과 한 알을 요구한 사형수는 잘게 썬 통조림 사과를 먹었고, 튀긴 대하 10마리를 부탁한 사형수는 냉동 생선 튀김을 먹어야 했다. 똥을 요구했던 사형수에겐 요구르트를 줬다.
프라이스는 당시를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로 기억한다. 원래 사형제를 찬성했던 그는 “(사형제 찬반에 대해) 대답하기 힘들다. 다만 그들 모두를 위해 기도했다”고 말한다.
세상을 바꾸려고 요리하는 사람도 있다. 저자는 독일인 밤 카트를 시위 현장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만난다. 밤 카트는 시위대가 구호와 돌로 경찰, 군인과 맞서 싸우는 동안 멀지 않은 야전 취사장에서 요리한다. 그린피스 환경감시선인 레인보 워리어호에서 요리하기도 했다. “밥이 없으면 투쟁도 없다”고 말하는 그의 인생 모토는 이렇다. “모두가 피델 카스트로가 될 수는 없어요. 감자 껍질을 벗기는 사람도 있어야죠.”
저자는 인터뷰 대상으로 ‘새로운 요리의 아버지’로 꼽히는 세계 최고 요리사 폴 보퀴즈와 케냐 나이로비 쓰레기집하장 요리사 페이스 무토니 중 한 명을 택해야 했을 때 망설임 없이 후자를 택한다. 무토니는 납과 수은으로 범벅된 쓰레기집하장에서 모닥불로 요리하는 판잣집 식당을 열었다.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 온 플라스틱 접시에 음식을 담아낸다. 밥과 콩, 옥수수 가루 가격은 20실링(300원)이다. 저자는 “그녀와 아이들은 매일 먹어야 한다. 음식은 유일하게 확실한 것이며 그녀의 삶을 결정하는 테마다.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 사실 그녀의 삶은 그리 할 말이 많은 것이 아니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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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