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하는 ‘배구 포청천’ 김건태 심판“앞으론 2년간 아시아 국제심판 양성해요”
세계 최고의 심판으로 명성을 날렸던 김건태 심판이 공이 아웃됐다는 것을 알려주는 수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경기 때 가장 많이 한 동작인데 이제는 내가 코트에서 아웃되는 셈”이라며 웃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열성 팬이라도 심판의 이름까지 알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김건태 심판(58)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가대표 센터(190cm)로 활약하다 희귀병으로 수술을 받은 뒤 선수를 은퇴한 그는 일반 회사를 다니다 1985년 심판의 길로 접어들었다. 1990년 국제심판 자격증을 땄고 1998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 유일의 국제배구연맹(FIVB) 심판으로 활약했다. FIVB 심판은 전 세계 약 1000명의 국제심판 가운데 10여 명에게만 주어지는 ‘심판 중의 심판’이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주심은 그들만 할 수 있다. 그는 2011년 ‘FIVB 심판상’을 받았다. ‘세계 최고의 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7년 10월 일본에서 열린 여자배구 월드컵 개막전 주심을 봤다. 1세트가 끝난 뒤 앉아 있는데 눈앞이 깜깜해졌다. 손가락을 물어뜯어 피를 흘리니 괜찮아진 듯했지만 결국 2세트 초반 정신을 잃고 심판대에서 떨어졌다. 스트레스로 인한 탈수 증세였다. 세계 각국에 중계되는 경기였는데….”
컵 대회를 포함해 프로배구에서 9시즌 동안 422경기의 판관을 맡았던 그는 이제 마지막 423번째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29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리는 우리카드-한국전력 경기다. 경기 시작 전에는 KOVO가 마련한 은퇴식도 열릴 예정이다. 심판복은 벗지만 아시아배구연맹 심판위원으로 2015년까지 국제심판 양성 활동은 계속한다.
“뒤돌아보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오심을 줄이려고 죽기 살기로 노력했지만 ‘오류 제로(0)’는 안 되더라. 박봉에다 퇴직금, 연금도 없는 직업이지만 후배 심판들이 더 노력해 배구 발전에 기여했으면 좋겠다.”
은퇴를 눈앞에 둔 노장 심판의 관심은 여전히 배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