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합동군사대학 명예교수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요즘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가 정보 기구를 재편하고 있는데 주된 목적은 첨단기술 정보통신 발전, 사이버전쟁 등과 같은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재편이다. 국가정보기관을 약화시키는 나라는 없다. 이런 추세에 비추어 볼 때 현재 우리의 국가정보원 개혁 논란은 본질을 벗어난 시각과 내용이 적지 않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국가 정보기관의 축소 내지 폐지까지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이 역시 본질을 벗어난 시각이다. 국가 정보는 우리 몸에 비유하자면 눈과 귀와 신경계통과 마찬가지다. 생명체는 정보 없이는 한순간도 살아갈 수가 없다. 국가안보, 첨단기술전쟁, 테러와 각종 리스크, 국가 정책 지원 등 모든 분야에는 정보의 지원과 활용이 필수적이다. 국가 정보는 또 연속적이어야 한다. 국가 정보 활동은 24시간 365일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국민은 잠들어도 국가 안보 정보는 잠들지 않는다. 국가 정보 활동에 시간적 제약은 존재할 수 없다.
다윗도 골리앗을 이길 수 있다. 전략과 정보가 있을 때 가능하다.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 정보 역량을 적성국이나 상대 국가보다 강화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이스라엘로부터 배울 것은 창조경제뿐만 아니라 강력한 국가 정보 체계와 운영이다.
국정원 개혁의 가장 중요한 시대적 과제는 국정원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특정 정권이나 집단을 위해 정보가 이용되지 못하게 국민과 국회가 감시하면 되는데 국가정보원의 기능을 약화하고 활동영역을 축소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오류일 뿐이다.
우리가 처한 안보 상황, 북한 사태, 경제 및 첨단기술 전쟁, 테러 및 국민 안전 관리는 국가 정보의 신속한 지원 없이는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통일 이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도 국가 정보 기능은 강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독수리가 무섭다고 발톱을 자르고 부리를 다듬고 한쪽 눈을 감게 해서는 안 된다. 힘없는 독수리는 사냥을 할 수 없다. 더 강한 공격과 방어 능력을 갖추고 독수리는 더 높이, 더 빠르게 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