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에 사들여 20억에 판 미술품… 1억 수익만 남긴 것처럼 장부조작”檢, 일단 국세청 고발건만 기소… CJ비자금 관련은 추가 수사 방침
검찰에 따르면 홍 씨는 매출가액을 줄이는 수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다. 예를 들어 10억 원에 사들인 미술품 A를 20억 원에 팔았다면 수익은 10억 원이 돼야 한다. 하지만 홍 씨는 A뿐 아니라 B, C, D 등 총 19억 원어치를 같이 팔았다고 장부를 조작해 수익을 1억 원으로 적는 수법을 썼다. 검찰은 홍 씨가 이 같은 수법으로 총 150억∼160억 원어치의 미술품(약 200건)을 판 것으로 확인했다.
홍 씨가 불법적으로 거래한 미술품 중에는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프란츠 클라인의 ‘페인팅 11’이 가장 고가였다. 이 작품은 검찰이 2011년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을 수사할 때 자택 식당에서 발견됐다. 시가 5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화가 트웜블리의 ‘세테벨로’, 프랑스 화가 장 뒤뷔페의 ‘메타그라피크 흉상’ 등도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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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미갤러리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벌인 뒤 홍 씨를 고발했다. 홍 씨는 검찰 조사에서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탈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홍 씨가 수사 중에 세금과 가산세까지 모두 납부한 점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홍 씨는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국세청 고발과는 별도로 CJ그룹 비자금 수사를 하면서 CJ와 홍 씨가 200여 건, 1000억 원대의 미술품 거래를 한 사실을 밝혀냈으나 거래 내용이 방대해 모두 정리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단 지금까지 수사 자료를 모두 국세청에 넘기고 국세청이 탈세 혐의 등을 적발해 고발하거나 통보하면 다시 수사할 방침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