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내년에도 크리스마스는 또 오니까.”
‘괜찮아’라는 나의 말이 우리 결혼의 일등공신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도 크리스마스는 또 온다”는 내 말에 감동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웬만하면 괜찮다고 말하는 나의 여유가 성질 급한 남편에게는 편안한 느낌을 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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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남편에게 장갑 같은 소품을 선물하지 않은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그런데 어제는 요긴하게 걸치고 다니던 목도리가 없어졌다며 며칠째 여기저기 뒤지는 모습이 답답해 툭 별생각 없이 말했다.
“그러면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목도리 사줄까?”
순간, 서로 눈길이 마주치면서 남편의 숱한 전과가 스쳐갔다. 동시에 남편이 강하게 손을 내저었다.
“됐어. 그냥 다른 거 하고 다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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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크리스마스는 내년에도 또 오잖아.”
한 해가 저무는 이때에 “괜찮아”라는 말, 참 괜찮은 것 같다. 올해의 목표를 다 이루지 못했어도, 상대의 결점은 물론 나의 부족함에 대해서도 따뜻하게 토닥거리는 말, “괜찮아.” 입속에 되뇌면 추울 때 마시는 따끈한 차 한잔처럼 가슴이 훈훈해진다.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