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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흔적만큼 빛바랜 헌책방서 꽃피는 사랑
그들은 잃어버린 사랑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 헌책방 거리 진보초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도쿄의 진보초를 아시나요? 네, 맞습니다.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헌책방 거리입니다. 우리로 보자면 서울 청계천의 헌책방 거리 쯤 된다고 할까요? 물론 규모도 크고 진귀한 책들도 많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빛바랜 헌책처럼 느릿느릿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시계를 그닥 쳐다보지 않고 머리엔 느긋한 상상을 그리며 살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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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대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훔쳐간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은 2009년 ‘제3회 치요다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대단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제목이 눈에 좀 익으시죠? 그렇습니다. 2010년 휴가 아사코 감독이 동명의 여오하로 만들어져 진보초와 헌책을 사랑하는 20,30대 일본 여성에게 기립박수를 받은 작품이죠.
영화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은 같은 직장에 다니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랑 결혼하는 것을 알게 된 여주인공이 히키코모리가 되고, 우연히 삼촌의 연락을 받아 진보초 중고서적점 2층에 얹혀 살게되면서 인생이 변화하는 과정을 달달하게 그렸습니다. 여자들이 좋아할 만 하죠?
소설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은 두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표제작인 단편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과 두 번 째 단편인 ‘모모코 외숙모의 귀환’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첫 번째 단편인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은 주인공인 다카코가 1년 간 사귄 남자친구인 히데아키로부터 결혼한다는 말을 듣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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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단편인 ‘모모코 외숙모의 귀환’은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1년 후의 이야기들입니다. 5년 전 갑자기 집을 나간 외숙모가 돌아오면서 베일에 쌓여있던 그녀의 과거가 하나 둘 밝혀지게 됩니다. 그리고 다카코에게 다시 찾아온 사랑,(역시 실연의 최고의 약은 새로운 사랑인가 봅니다) 그녀는 이 사랑의 오작교를 건널 수 있을까요?
● 사랑도 삶도 가끔은 조금씩 쉬어가는 것도 좋지!
출판사에서 뽑은 책 속의 한 줄은 이렇습니다. ‘나는 맛난 음식을 음미하듯이 천천히 한 권 한권 읽어나갔다.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고 아무리 읽어도 책이 떨어질 걱정도 없었다.’ ‘어디에 있든 누구와 있는 자신의 마음에 거리끼는 게 없다면 그것이 바로 자신이 있을 장소야.’ ‘응어리를 남겨놓은 채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이러고 있는 건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의 짧은 휴식 같은 거라고 생각해. 여기는 항구고 너라는 배는 잠시 닻을 내린 것뿐이야. 그러니 잘 쉬고 나서 다시 출항하면 되지.’
실연을 치유하는 과정, 삶을 보는 눈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사랑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설령 거기서 슬픔이 생겨난다 할지라도. 그래, 사랑도 삶도 가끔은 조금씩 쉬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상처는 시간이라는 놈이 아물게 해 줄테니까요.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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