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정원장, 탈북 25명에게 태극기 새긴 점퍼 선물
《 “충성! 일병 ○○○, 대한민국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80대 고령의 탈북 국군포로들이 흐느끼며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을 향해 외쳤다. 그들의 처절한 고국 복귀 신고에 국군포로 가족들을 비롯한 참석자들 모두 눈물을 흘렸다. 》
남재준 국정원장이 6일 국정원을 방문한 탈북 국군포로 25명에게 선물한 점퍼. 태극기 배지가 달려 있다.
점퍼 안쪽에 새겨진 ‘6·25 영웅께 드립니다. 자유민주 수호에 경의를 표합니다’ 문구. 물망초 제공
애초 남 원장과 국군포로들의 면담은 90분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남 원장은 면담 시작 15분 만에 자리를 떠야 했다. 북한 장성택의 실각으로 국회 정보위원회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부 국군포로들이 미안함을 전하며 자리를 뜨는 남 원장을 따라나서며 이같이 관등성명을 대고 고국 복귀 신고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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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원장은 “선배님들을 다시 만나 정말 기쁘다”며 국군포로들에게 경례했다. 이어 국군포로들에게 일일이 허리를 굽혀 악수하면서 “선배님들의 노고와 희생으로 강대국 대한민국을 일궜습니다. 그 은혜를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고 예의를 갖췄다. 그러고는 국정원이 미리 준비한 점퍼를 남 원장이 직접 국군포로들에게 입혀줬다. 점퍼 안쪽에는 ‘6·25 영웅께 드립니다. 자유민주 수호에 경의를 표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점퍼 왼쪽 가슴 부위에는 태극기 배지를 달았다. 점퍼를 입은 국군포로들은 감격스러운 듯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눈물을 쏟았다.
남 원장이 떠난 뒤 국정원 간부가 진행한 면담에서 국군포로들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한 국군포로는 “김대중 정부 시절 비전향 장기수들은 판문점을 통해 그토록 평화롭게 북한으로 돌아갔는데, 왜 우리는 두만강 압록강을 목숨 걸고 건너 중국을 거쳐야 고국이 받아주느냐”며 한탄했다. 또 다른 국군포로는 “북한에 1000여 명의 국군포로가 생존해 있는데 왜 정부가 적극적인 실태 조사에 나서지 않느냐”고 했다.
박선영 이사장은 “참석한 국군포로 중에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 탈북 정착금을 다 쓰고 현재는 휴지를 줍는 공공근로를 하며 월 20만 원을 받아 어렵게 생활하는 분도 있다”며 “국가가 이들의 삶의 질 향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