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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NS에서는]소녀들의 트위터 노출증

입력 | 2013-12-06 03:00:00


처음에는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합성 사진이거나 정교한 컴퓨터그래픽일 거라 믿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진짜 사진이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일부 10대 여학생들이 나체 상태로 특정 부위를 찍어 올린 사진들 말입니다.

트위터에는 자신을 10대 여학생이라고 밝히며 각종 나체 사진을 찍어 올리는 계정이 숱하게 퍼져 있습니다. ‘초딩 가슴♥’ ‘야한 게 좋은 중딩♥’ ‘음란한 고딩’ 등의 노골적인 이름을 달고 누리꾼을 유혹합니다. 이런 계정에는 보통 수천∼수만 명의 팔로어가 따라붙습니다. 팔로어가 되면 해당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글과 사진을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대 여학생들이 노출 사진을 올리면 팔로어들은 이에 환호하면서 특정 자세를 취하고 사진을 찍어서 올려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럼 그 자세를 하고 찍은 사진이 또 올라옵니다. 수치심을 느끼게 욕설을 해달라는 10대 여학생들의 요구에 팔로어들은 입에 담기도 힘든 성적인 욕을 내뱉습니다. 다만 이들 모두 얼굴이나 신상만큼은 절대 공개하지 않습니다.

똑같은 과정이 반복될수록 10대 여학생과 팔로어 모두 점점 더 자극적인 걸 좇게 됩니다. 10대 여학생들의 노출 강도가 심해질수록 팔로어 수는 수직 상승합니다. 팔로어들은 “스타킹을 신고 사진을 찍어 올린 다음 그 스타킹을 나에게 팔아라” “온라인게임용 아이템을 줄 테니 한 번만 만나자”라는 식의 파렴치한 제안까지 하기도 합니다.

혹시나 성인들이 인터넷에서 무작위로 퍼온 나체 사진을 10대의 것인 양 꾸며 올리는 게 아닌가 의심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말투나 사진 등을 봤을 때 대부분은 10대 여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으로 추정됩니다. 한 누리꾼이 자신을 13세 소녀라 밝힌 트위터 계정에 “진짜 10대인 네가 직접 올리는 사진이 맞느냐”고 의문을 제기하자 “진짜 나 맞거든? 오빠들 자꾸 그러면(의심하면) 나 사진 안 올린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실제로 서울지방경찰청은 3∼6월 트위터 음란물 집중 단속을 벌여 자신의 나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미성년자 10명을 붙잡았습니다. 다만 이들이 초범에다 어린 학생인 점을 감안해 정식 입건하지 않고 계도하는 수준으로 선처했지요. 나체 사진을 트위터에 뿌려 경찰 조사를 받았던 A 양(10)은 “관심을 받고 싶었다”며 고개를 떨궜습니다. A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팔로어에 취해 점점 노출 사진의 수위를 높여갔죠. 딸이 트위터를 하는지도 몰랐던 어머니는 얼마나 참담한 기분이었을까요.

나체 사진을 찍어 올리는 10대 여학생이나 이에 열광하는 트위터리안이나 모두 트위터의 익명성에 기대 왜곡된 욕망을 표출합니다. 이메일 계정만 입력하면 가입할 수 있어 익명성이 보장되는 트위터를 배경으로 관심에 목마른 일부 10대 여학생과 추잡한 관음증을 채우려는 일부 누리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서로의 갈증을 채우는 거죠.

“제발 나를 좀 봐 달라”며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몸을 찍어 올리는 10대들에게선 ‘관심 받지 못한 현대인의 슬픈 단면’이 느껴졌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100만 원이 훌쩍 넘는다는 명품 점퍼나 족집게 강사가 가르친다는 비싼 학원이 아니라 일상 속의 작은 관심 아닐까요.

오늘 아이들에게 꼭 한 번 물어보세요. “밥 먹었니?” “오늘 좋은 일 없었니?” “요즘 관심사는 뭐니?”라고… 아, 가능하면 (불안한 마음을 누르고) “혹시 너 트위터 계정 있니?”라고도 물어보시고요.

조동주 사회부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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