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6인조 아케이드 파이어 4집 발매
캐나다의 6인조 밴드 아케이드 파이어. 팀을 이끄는 부부 멤버 레진 샤사뉴(왼쪽)와 윈 버틀러(왼쪽에서 두 번째)는 주류와 비주류 음악계의 공식을 모두 깨부수며 보니와 클라이드처럼 탈주한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캐나다의 6인조 밴드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가 최근 낸 4집 ‘리플렉터’(사진)에 숨어있는 ‘0번 곡’을 찾아듣는 방법이다.
21세기 대중음악계를 대표하는 창의적 아이콘인 이들의 신작은 음악 안팎으로 신비가 가득하다. 로댕의 조각품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표지는 흑백인데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특수 재질로 돼 있다. 앨범 제목(REFLEKTOR·반사체를 뜻하는 reflector의 변형)은 카리브 해의 섬나라 아이티의 전통문양인 베베(Veve) 안에 들어가 있다. 음악도 아이티의 전통음악, 라라(rara)의 영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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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울퉁불퉁한 행보를 감안해도 ‘리플렉터’는 충격적인 음반이다. 춤추기에 충분한 반복적인 비트에는 때때로 더브(dub·레게음악에서 과장된 공간감을 주기 위해 쓰이는 음향효과)까지 가미되지만 6, 7분에 달하는 긴 악곡은 프로그레시브 록처럼 변화무쌍하게 전개된다. 잔다르크나 그리스의 오르페우스 신화를 동원한 비극적인 가사에 미니멀하면서도 다층적인 악곡이 어우러지면서 무채색과 총천연색을 오가는 극적인 댄스 음악을 만들어낸다. 리더 윈 버틀러가 2011년 그의 부인이자 밴드 멤버인 레진 샤사뉴 부모의 고향인 아이티를 방문한 뒤 그곳의 음악과 삶에서 큰 충격을 받은 것이 투영됐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복고적 요소를 진보적으로 활용해 드넓은 음악적 파노라마를 펼쳐내고 있다. 전작들과 궤를 달리해 아예 새로운 길로 나아가려는 것 같다. 읽을수록 더 많은 게 읽힌다”고 했다.
꼭꼭 숨은 무제의 ‘0번 곡’에도 상징이 담겼다. 밴드는 10분 2초에 달하는 이 ‘숨은 곡’에 정규 수록곡 13개의 하이라이트 연주 부분을 짜깁기하고 일부는 거꾸로 재생해 섞었다. 0번곡은 ‘반사체’란 이름의 음반 앞에 놓인 상징적 반사체인 셈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