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오른쪽)와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가 1일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자체 예산안 심사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그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새누리당이 새해 예산안을 2일 예산결산특위에 단독 상정하기로 결정하고, 이에 민주당이 “의회를 무시하는 공포정치”라고 반박하면서 여야 대치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준예산 사태까지 예견하기도 한다.
당초 5월 30일부터 시행하려던 예산안 자동상정제는 정부가 반대하면서 미뤄졌다. 자동상정을 위해서는 정부 예산안이 의결 120일 전에 제출돼야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난색을 표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여야가 국가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한동안 대치한 데다 추경예산까지 준비하느라 상황이 꼬였기 때문이다. 결국 여야는 예산안 자동상정제 도입을 1년 미뤘고, 그 후폭풍이 지금 몰아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1일 “예산안은 세입예산과 관련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쓸모없는 것이기 때문에 예산안 단독 심사·통과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세법 개정안과 같이 내년도 세입예산의 근거가 되는 예산 부수 법안이 처리되지 않는 이상 세출예산만 통과돼 봐야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예산안 처리를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는 여야가 정작 민생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예산안 심사 지연으로 임시예산격인 준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180조 원 규모의 재정 집행이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갓난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전 국민이 영향 받는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 국민적 불안감이 커진다”며 “야당(민주당)이 서둘러 국회로 돌아와 예산안 심사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비 23조 원 가운데 2014년도 사업비를 이미 승인받은 3조 원 정도는 계속사업으로 분류돼 준예산이 편성돼도 그대로 집행된다. 하지만 나머지 20조 원 규모의 사업은 재량지출로 분류돼 공사 중단이 불가피하다.
기초연금 수령액이 현행 월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던 일부 고령층은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늘어나는 연금액을 받지 못한다. 유아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교육하는 가정에 지원하는 양육수당은 의무지출 대상이 아니어서 준예산 상황에서는 지급이 중단될 수 있다.
아동지원센터, 복지지원센터 등 법률에 규정돼 있지 않은 공적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임금도 재량지출로 분류돼 있지 않아 급여가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지난해에도 예산안이 법정시한을 넘겼지만 예결위에는 10월에 상정돼 실무작업을 미리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아직 예결위 상정조차 안돼 향후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기재부 당국자는 “여당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하면 나중에 집행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며 “야당이 예산안에 반대 하더라도 일단 논의에 참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