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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함께, 부활 전통시장]롯데백화점-대전 한민시장

입력 | 2013-11-29 03:00:00

대형마트 뺨치는 마케팅-청결… 주부들 입소문 쫙




“상생을 버무려요” 전통시장 상생활동을 벌이는 롯데백화점 대전점 직원들과 대전 한민시장 상인들은 21일 대전 서구 내동 시온보육원에서 ‘불우이웃 김장 담그기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행사에 참석한 이형규 롯데백화점 대전점장(왼쪽)과 이상훈 한민시장 상인회장(오른쪽) 등이 자신이 버무린 김장 김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대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여러분, 좀 쉬었다 하세요. 지금 김치 버무리는 속도가 예상보다 너무 빨라요.” 21일 대전 서구 내동 시온보육원에 웃음을 머금은 호소가 울려퍼졌다. 팔뚝이며 재킷, 신발 할 것 없이 붉은 김장 양념이 묻은 4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의 경쾌한 손길이 잠시 멈췄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커피를 나눠주던 남궁원 시온보육원 원장(85)은 “55년 동안 보육원을 운영했지만 이렇게 활기찬 봉사활동은 처음 본다”며 웃었다. 이날 열린 ‘불우이웃 김장 담그기 봉사활동’은 롯데백화점 대전점이 매년 진행하는 사회공헌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예년과는 조금 달랐다. 롯데백화점 대전점과 전통시장 상생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전 한민시장의 상인 10여 명이 행사에 자발적으로 함께한 것. 평소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조달해왔던 김장 재료도 바뀌었다. 롯데백화점은 이날 행사에 쓰인 500만 원어치의 절인 배추와 김장 재료를 모두 한민시장에서 구입했다. 》

봉사활동은 속전속결이었다. 행사는 4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1시간 만에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대전점 고객서비스담당 직원인 강은영 씨(32·여)는 “집에서 김장을 할 때보다 속도가 몇 배는 빠른 것 같다”며 “김장 솜씨가 좋은 한민시장 상인들과 함께하니 힘이 덜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김치가 익듯 상생활동도 무르익어

롯데백화점 대전점은 4월 한민시장 상인회와 함께 전통시장 상생활동을 시작했다. 활동을 진행하면서 한민시장은 외관부터 확 바뀌었다. 시장 곳곳에는 붓글씨로 쓴 한민시장 로고와 ‘언제나! 고객과 함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넣은 대형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이는 롯데백화점이 시장 브랜드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한 것이다. 또 시장 전체에 천장을 설치하는 아케이드화(化) 사업도 진행됐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활동도 진행됐다. 백화점은 6월 시장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장바구니 1500개와 쇼핑카트 300개를 제작해 나눠줬다. 또 아케이드 준공 행사가 있었던 8월말에는 축하 전단을 발행하고, 공용 주차장에는 홍보용 게시판을 설치하기도 했다. 상인들을 위한 문화행사도 여럿 준비했다. 상인들을 대상으로 영화 관람 행사를 열고,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 달아주기 행사도 개최했다. 또 상인 자녀들 중 성적이 우수하거나 성실하게 공부하는 학생 13명에게 모두 3000만 원의 장학금도 전달했다.

백화점 직원들은 “시장 상인들과 백화점 직원들은 이미 한 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창규 롯데백화점 대전점 지원팀장은 “백화점 직원들은 직원 회식을 할 때면 꼬박꼬박 한민시장의 막창골목을 찾는다”고 귀띔했다. 백화점이 이곳에서 회식을 할 경우 회식비용을 지원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형규 롯데백화점 대전점장은 “활동을 시작하면서 한민시장은 매출이 늘고, 백화점 직원들은 지원활동을 하면서 ‘힐링’의 효과를 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 백화점 안전·마케팅 노하우 전해

이날 오전, 백화점 직원들은 시장 곳곳을 누비며 각종 시설지원 활동을 펼쳤다. 백화점 지원팀의 시설담당 직원들은 점포에 화재경보기를 달아주고, 전기 시설 안전 점검을 진행했다. 이 작업은 상생활동이 시작됐을 때부터 계속된 사업이다. 지금은 70% 이상 점포에 화재경보기가 설치됐다.

위생 담당 직원들은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위생 점검과 손 씻기 교육을 진행했다. 직원들은 ‘표면 미생물 검사용 장비’로 상인들의 손에 있는 세균량을 측정한 다음, 손 씻기를 함께 진행했다. 한 상인은 손을 씻기 전에는 962RLU(오염도를 측정하는 단위로 숫자가 클수록 비위생적임)였던 수치가 손을 씻고 난 다음에는 38RLU로 낮아지기도 했다. 노혜임 롯데백화점 대전점 지원팀 품질평가사는 “백화점에서 진행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교육을 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번거롭다는 분이 많지만, 막상 교육이 끝나면 모두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시장에는 백화점 직원들이 지금까지 펼쳐온 세심한 마케팅 지원 활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신선 과일을 파는 ‘부흥청과’는 얼마 전 나무 바구니를 이용해 매장을 새로 꾸몄다. 백화점 식품관이 과일 진열용품 중 유휴용품으로 분류된 것을 이 점포에 무료로 내준 것이다. 이 점포를 운영하는 권수안 씨(55·여)는 “과일을 둘러보던 많은 손님들로부터 ‘바구니 어디서 구했느냐’고 질문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백화점은 색깔에 따라 보기 좋게 제품을 진열하는 법을 알려주거나 가격표도 나눠주며 백화점의 마케팅 기법을 고스란히 전수해주고 있다.

백화점과 시장의 상생활동은 지역 경제도 활성화시키고 있다. 이상훈 한민시장 상인회장은 “시장 전체 매출은 이전보다 약 3∼5%, 방문객 수는 5∼7% 늘었다”며 “시장이 살아나면서 주변 부동산 업자들이 원룸, 투룸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 방금 만든 두부-전 등 80가지 ‘동네 명물’ ▼

[우리시장 스타]반찬가게 ‘두부마을’ 조용길 사장


5곳도 채 되지 않는 한민시장의 반찬가게들은 요즘 ‘가장 앞날이 밝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시장 주변에 조성된 원룸촌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자주 반찬을 사가기 때문이다. 그중 ‘두부마을(만나반찬)’은 직접 만든 두부와 80여 가지 반찬을 선보여 시장 내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점포 사장인 조용길 씨(47·사진)는 천연간수를 이용해 직접 만든 두부를 판다. 조 씨는 1990년대 후반 건설회사를 그만두고 처가가 있는 대전에서 새 출발을 했다. 조 씨는 “반찬 사업에 뛰어든 뒤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면서 두부를 배웠다”며 “국산 해콩만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손님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21일 찾은 두부마을 점포에는 이곳 사장 조 씨를 비롯해 모두 6명의 직원이 나와 있었다. 이들은 전을 부치고, 반찬을 포장해 진열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두부마을은 마치 집에서 요리를 하듯 적은 양만 조리해 판매하고 있다. 조 씨는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반찬이라야 더 맛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 씨는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 반찬에 쓰이는 재료를 모두 시장 내 상인들에게서 구입하기 때문. 조 씨는 “도매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믿고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대전 한민시장 1981년 개장… ‘막창골목’으로 유명▼

대전 한민시장은 노점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형성된 상권을 바탕으로 세워진 상가형 시장으로, 1981년 3월에 개장했다. 한민시장은 채소 과일 등 식재료를 취급하는 점포가 중심이다. 전체 점포 중 80∼90%가 채소나 과일 판매,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다. 주변에 4600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입주해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이 찾아온다.

이상훈 한민시장 상인회장은 “시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하고, 또 이들이 편안하게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시장의 목표”라고 말했다. 한민시장은 이를 위해 농산물 안전성 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또 3층 규모의 고객지원센터와 전용 주차장도 운영되고 있다.

한민시장의 또 다른 자랑은 대전 지역의 대표적인 명물로 꼽히는 ‘막창골목’이다. 막창골목은 약 25년 전, 시장 한쪽에서 순대를 팔던 한 가게에서 시작됐다. 이 가게는 손님들에게 순대 끝을 구워서 주기도 했는데, 이것이 손님들에게 예상외의 인기를 끈 것. 이 가게는 곧 막창 전문점으로 업종을 바꿨고, 이어 근처에 하나둘씩 비슷한 가게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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