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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코치 3인 “코트위 여성감독, 그 길을 터주고 싶다”

입력 | 2013-11-29 07:00:00

1.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오른쪽)는 위성우 감독과 함께 지난 시즌 신한은행에서 우리은행으로 이적해 팀 체질 개선에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했다. 2. KDB생명 유영주 코치는 “향후 10년 안에 우리 여자프로농구도 좋은 여성감독을 배출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싶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3. 올 시즌부터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신한은행 김지윤 코치(오른쪽)는 감독과 선수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자신의 임무로 인식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여성코치 3인 전주원·김지윤·유영주가 말하는 여성지도자 역할

● 고참 전주원 코치
“은퇴 후배들에게 제2의 희망 전해주겠다”

● 신참 김지윤 코치
“내 첫 임무는 감독과 선수들 소통의 다리”

● 원조 유영주 코치
“‘여성 감독 배출’ 책임감을 갖고 뛰겠다”


여자프로농구에서 여성지도자가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은 무엇일까. 스포츠동아가 농구 여성코치 3인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다. 올 시즌 여성지도자 돌풍의 진원지로 꼽히는 우리은행 전주원(41) 코치, 은퇴 후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디딘 신한은행 김지윤(37) 코치, 해설위원의 마이크를 내려놓고 오랜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KDB생명 유영주(42) 코치가 그들이다. 이들은 입을 모아 “감독님과 선수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 또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 ‘고참’ 전주원 코치 “지원군 많아져 든든”

전주원 코치는 벌써 지도자로 3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첫 시즌에는 친정팀 신한은행에서 통합 6연패를 이뤘고, 2번째 시즌에는 새 팀 우리은행에서 역시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다. 올 시즌 역시 현재까지 리그 1위를 달리며 순항 중이다. 전 코치는 “내가 잘 해서가 아니라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몸을 낮췄다. 그러나 전 코치가 꾸준히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결혼과 임신, 출산이 선수생활을 끝내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보여줬고, 여성지도자의 필요성을 농구계에 다시 한번 일깨웠다.

전 코치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다만 농구하는 후배들이 은퇴 후에도 프로로서 현장을 지킬 수 있는, 제2의 인생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잘 된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여성코치들이 많아져서 정말 좋다. 혼자 있을 때는 ‘내가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여러 모로 조심스러웠는데, 지금은 든든한 지원군들이 생겨서 큰 의지가 된다”며 반겼다.

● ‘신참’ 김지윤 코치 “그늘막 같은 코치 되고파”

김지윤 코치는 지난 시즌까지 하나외환에서 선수로 뛰었다. 그러나 은퇴 뒤 임달식 감독의 부름을 받고 ‘명가’ 신한은행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코치는 “농구를 하는 동안 늘 봐왔던 선수들이고 대표팀에서 뛰었던 선수들도 있어서 어려운 점은 없다”며 “은퇴하자마자 신한은행이라는 좋은 팀에서 코치를 하게 돼 감독님과 구단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직은 선수에서 지도자로 ‘직업’을 바꾼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김 코치다. “선수할 때는 솔직히 내 몸 관리와 내 성적만 신경 썼다면, 코치는 내가 아닌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며 웃었다.

그러나 자신의 역할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기도 하다. “내 첫 임무는 선수의 이야기를 감독님에게 전하고, 감독님 입장을 선수들에게 전달해 소통에 도움을 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엄할 때 엄하더라도 선수들이 힘들 때 뒤에서 지켜주고 버텨주는, 그늘막이 되는 코치가 되고 싶다. 한창 때에 운동만 해야 하는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고 밝혔다. 또 “전주원 언니가 선구자로서 잘 해줬기 때문에 올해 여자코치 수가 늘어난 것 같다. 나 역시 후배들이 은퇴 후 내 자리에 들어올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두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원조’ 유영주 코치 “후배들 위한 책임감 생겨”

유영주 코치는 2002년 국민은행 감독대행에서 물러난 뒤 10여년 만에 현장에 복귀했다. 그러나 늘 코트 가까이에 있었다. 2006년부터 꾸준히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해설위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유 코치는 “그동안 오래 여자농구를 가까이서 지켜봤지만, 확실히 현장에 돌아오니 시야가 달라지는 것 같다. 밖에선 모르다가 안에서 보니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고, 여러 가지 공부도 하게 된다”며 “특히 올해는 2군 리그가 신설됐기 때문에 지도자로서 더 공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코치는 올 시즌 새로 부임한 4명의 코치들 가운데 유일하게 지도자 경험을 지닌 인물이다. 전주원 코치가 “유영주 언니는 나보다 훨씬 노련하실 것”이라고 치켜세운 이유다. 유 코치는 “어차피 코치의 역할은 감독님과 선수들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라며 “아무래도 여자선수들에게는 더 예민한 부분이 있는데, 남자코치들이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도 세밀하게 조언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여성지도자들의 장점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또 “여성지도자에 대한 인식이 좀더 달라질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며 “향후 10년 안에 우리 여자프로농구도 좋은 여성감독을 배출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싶다”고 ‘큰 언니’의 바람을 밝혔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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