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채널의 시청률은 평일 평균 0.1%대를 기록한다. CJ 오쇼핑 제공
그랬던 내가 요즘 홈쇼핑 채널을 즐겨본다. 딱히 살 물건이 없는데 그냥 틀어 둘 때도 많다. 최근 몇 년 사이 내 인생이 무기력해져서는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보다는 방송 프로그램으로서 홈쇼핑 채널을 ‘재발견’했다고 하는 편이 옳다(고 해두자).
한국의 홈쇼핑 방송은 알고 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많다. 진행자인 쇼호스트들은 생방송에서 하나같이 놀라운 말솜씨를 보인다. 저렴한 아이템을 팔 땐 서민적인 태도로 ‘여러분, 세상에 이런 가격이!’라며 오버를 떨었던 쇼호스트가 명품을 팔 때는 ‘영광인 줄 알아 이것들아’ 같은 고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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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당 방송 시간은 1시간 정도 되는데 지루하진 않다. 화려한 세트에 경쾌한 댄스음악, 카메라 워크는 현란하다. 쉴 새 없이 자막 공세도 펼친다. 소비자가 궁금한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보내면 쇼호스트 혹은 PD가 즉각적으로 답해준다는 점에서 무척 ‘인터랙티브’하다.
요즘은 연예인 출연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주로 라디오 DJ나 요리 전문가 출신 방송인으로 ‘말발’이 좋은 중장년 여성이 요리나 살림 얘기를 하는 토크쇼 형식이다. 그 덕분에 ‘쇼퍼테인먼트’라는 말도 생겼다. 제작진은 “미국의 대표 홈쇼핑 채널인 QVC나 HSN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자랑한다.
홈쇼핑 프로의 백미는 제품이 매진되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이다.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습니다” “곧 매진될 것 같습니다” 같은 진부한 멘트가 ‘진짜’였음이 밝혀지는 순간, 마치 야구 경기의 ‘만루홈런’을 구경한 듯한 희열과 ‘나도 살 걸’ 하는 후회가 교차한다. 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방송이란 말인가.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