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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회사 반칙운전 많다? No… 반칙 많으면 사고 잦다? Yes

입력 | 2013-11-19 03:00:00

[시동 꺼! 반칙운전]<5>최근 3년 화물차업체 사고 분석




“착한운전 마일리지 가입”… 줄선 운전사들 4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교통연수원에 안전교육을 받으러 온 화물차 운전사들이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에 서약하고 있다. “서약을 하고 1년간 안전 운전을 하면 특혜점수 10점을 받을 수 있다”고 교육담당자가 설명하자 운전사들은 줄을 서서 서약할 정도로 큰 호응을 보였다. 수원=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올 1월 31일 오후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비봉나들목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차량 5대가 연쇄 추돌하며 화재가 발생해 4대가 전소되는 대형 사고가 난 것이다. 2시간 넘게 이 일대는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었다.

사고는 한순간이었다. 철근을 싣고 가던 가모 씨(57)의 25t 트럭이 정체 구간을 만나 2차로에서 3차로로 차로를 변경하다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못해 앞서 가던 1t 화물차의 후미를 들이받았다. 속도를 줄이지 못한 25t 트럭은 1t 트럭에 이어 앞서 가던 5t 트럭, 승용차 2대와 연쇄추돌한 뒤에야 멈춰 섰다. 이 사고로 1t 트럭 운전자(52)가 숨졌고, 6명이 다쳤다. 25t 트럭 운전자는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

덩치가 큰 화물차 사고는 사망 사고를 비롯한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지난해 사망자를 낸 교통사고는 모두 5165건으로 이 가운데 승용차가 낸 사고 비율은 49.4%(2551건)였고, 화물차 사고는 23.1%(1191건)였다. 지난해 말 기준 화물차의 등록대수는 324만3924대로 승용차(1457만7193대) 대비 22.3% 수준이지만 승용차의 절반에 가까운 사망 사고를 낸 것이다.

취재팀은 경찰청과 교통안전공단의 협조를 얻어 최근 3년(2010∼2012년)간 교통사고 사망자, 사고 건수, 교통위반 건수가 많은 상위 100위 화물차 업체의 자료를 받아 분석했다. 화물차 업체별 교통안전 통계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것은 처음으로, 동아일보는 화물차 업체들의 안전 관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수치를 공개한다.

○ ‘반칙 운전’ 많은 회사가 사고도 많아

최근 3년간 화물차 업체별 사고 건수와 법규 위반 건수를 비교한 결과 법규 위반이 많은 회사가 사고도 많이 낸 것으로 나타났다. 잦은 ‘반칙 운전’이 결국 사고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고 건수에서 1위(24건)를 차지한 브링스코리아는 법규 위반에서도 9위(78건)를 차지했다. 사고 2위(21건)인 삼보후레쉬는 법규 위반에서 6위(88건), 3위(19건)인 성우물류는 법규 위반에서 공동 33위(34건)를 차지했다. 사고 건수 공동 4위(17건)인 현대글로비스와 대성냉동운수는 법규 위반에서 각각 8위(79건)와 4위(94건)를 기록했다. 사고가 많은 회사 상위 10곳 가운데 7개 회사는 법규 위반 건수에서도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잦은 사고는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사고 건수에서 공동 6위(15건)에 오른 삼우에프앤지는 법규 위반에서 1위(129건)에 올랐고, 최근 3년 새 2명의 사망 사고를 냈다. 사고 건수 상위 10위 안에 든 회사 가운데 삼우에프앤지를 비롯해 삼보후레쉬, 성우물류, 대성냉동운수, 그린 등 5개 업체가 사망 사고를 기록했다.

물론 차량 보유 대수가 많은 대형 회사일수록 사고 통계에서 불리한 측면도 있다. 사고 건수 10위 안에 든 한 화물차 업체 간부는 “우리 회사는 300대 이상의 차량을 운행하는 큰 회사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사고 수치가 높은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꼭 보유 대수가 많다고 ‘반칙 운전’이 많은 것은 아니다. 보유 대수 55대의 한국통운은 지난해 12건의 법규 위반을 했지만, 이보다 100배 많은 차량(5500대)을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난해 단 7건의 법규 위반을 기록했다.

○ “사망사고 위주 화물차 안전점검 개선해야”

교통안전공단이 펼치는 특별교통진단이 주로 중소 화물차 업체에 집중된다는 지적도 있다. 특별교통진단은 교통전문가들이 업체의 운행 현황을 비롯해 안전관리, 재무상황까지 총괄적으로 점검하는 안전진단이다. 공단은 한 해 사고 건수와 사상자(사망자 등은 가중치 적용) 수를 업체의 차량 보유 대수로 나눠 일정 비율이 넘으면 이듬해 특별교통진단을 펼치는데, 보유 대수가 많은 대형 업체는 상대적으로 이 비율을 낮추기 쉽다.

실제로 지난해 특별교통진단을 받은 충남화물은 차량 보유대수가 36대였고, 올해 진단을 받은 류림운수, 동남특수운수, 매포운송, 석천운수, 동원기업, 현대로직스, 대산종합물류(구 로드탑) 등 7개 회사는 보유 대수 20∼52대의 중소업체들이다. 심지어 올해 진단 대상이 된 7개 업체들은 지난해 사고 건수 상위 100위 업체에 들지 않았다.

또한 대형 사고를 이미 낸 업체 위주로 교육이 이뤄지다 보니, 법규 위반이 잦아 잠재적으로 대형사고 유발 가능성이 높은 대형 업체는 안전점검에서 제외되고 있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형 화물차 회사들은 특별교통진단을 피해가기 쉬운 게 현실이기 때문에 진단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물차 운전자 100명에게 물었더니
“하루 10시간이상 운전” 35%… “1년새 졸음운전” 65%▼


화물차 운전자 10명 중 3명은 하루 10시간 이상 운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절반은 한번 운전을 시작하면 쉬지 않고 3시간 이상 연속 주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곤함이 쌓일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4일 경기교통연수원에 안전교육을 받으러온 화물차 운전자 100명을 상대로 교통안전의식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취재팀은 운전자들에게 신분을 밝히고 서면 설문을 진행했다.

운전자 100명의 하루 평균 운행 시간은 7.9시간으로 나왔다. 하지만 하루 10시간 이상 운전한다는 응답자도 35%에 달했다. 교통전문가들은 2시간 운전을 하면 10분 쉬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한번 운전대를 잡으면 3시간 이상 연속 주행을 한다는 응답자도 53%로 절반을 넘겼다. 무리한 운행은 졸음운전으로 이어졌다. 응답자의 65%가 최근 1년 새 졸음운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최근 1년 새 음주운전을 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12%나 나왔다. 또한 짐을 가득 실은 ‘만차’일 경우 빈차일 때보다 속도를 줄인다는 응답이 78%로 높게 나왔지만, 빈차일 때와 다름없이 운전한다는 응답도 21%였고, 만차일 때 되레 속도를 높인다는 응답자도 1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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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내리막길에서 기어를 중립에 넣고 ‘타력 주행’(관성에 의지한 주행)을 한다는 응답자는 20%였다. 김행섭 교통안전공단 차장은 “타력 주행을 하면 시속 100km를 넘을 때가 있어 하중이 가중되지만,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할 수 없고 브레이크 라이닝으로만 제동해야 되기 때문에 라이닝이 파열될 경우 대형 사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평소 교통사고의 위험을 느낀다면 그 위협요소는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무리한 운행 일정’이 32%로 가장 많았다. ‘다른 운전자의 교통위반 행위’(31%) ‘본인의 잘못된 운전습관’(21%) ‘도로 파손을 비롯한 도로 불량’(13%) ‘차량 정비 불량’(3%) 순이었다.

화물차 운전자들이 직접 매긴 본인의 교통안전 점수는 몇 점(100점 만점 기준)일까? 답변자 100명의 평균은 75.5점에 그쳤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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