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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복지 사각지대, 틀에 박힌 봉사론 제거 힘들어”

입력 | 2013-11-15 03:00:00


정진홍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이 7일 서울 종로구 계동 재단 사무실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기업이 출연한 자금으로 운영되는 재단들이 우리 사회에서 좀 더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부가 미처 보지 못한 분야를 발굴해내는 것이 우리 몫입니다.”

7일 서울 종로구 계동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정진홍 아산나눔재단 이사장(76·사진)은 기업 출연으로 세워진 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물질적 지원으로 그 역할을 한정하지 말고 사회보장제도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지난달 20일로 취임 2주년을 맞은 정 이사장은 “다 같이 연탄 나누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회에 드리워진 그늘을 없애야


아산나눔재단은 2011년 10월 20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10주기를 맞아 현대중공업그룹(2380억 원),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2000억 원), KCC그룹(150억 원) 등이 총 5000억 원을 출연해 세웠다. 서울대 종교학과 명예교수인 정 이사장은 재단 출범과 함께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사장직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 정 이사장은 “재벌 기업의 출연으로 세워진 재단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재단활동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의 좋은 점을 건전하게 확산하면서 어두운 그늘을 없앨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밝혔다.

인터뷰 내내 그는 나눔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나눔’ 하면 일방적으로 베푸는 시혜(施惠)만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해외로 나간 대학생 봉사단원들이 태극기가 새겨진 조끼를 입은 채 난민들에게 한복을 선물하는 것 또한 이러한 사고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나눔이란 우리 모두를 위해 함께 참여하고 공유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 재단 브랜드는 ‘청년’

아산나눔재단은 현재 ‘청년’을 주제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와 ‘글로벌인턴’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정 이사장은 “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재단의 역할”이라며 “다양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청년들을 지원해 사회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하겠다”고 역설했다.

청년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수십 년간 학교에서, 또 재단에서 만난 청년들은 하나같이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며 “청년들이 꿈과 열정, 도전과 창조, 나눔과 책임으로 풀이되는 기업가 정신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산나눔재단은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 내년 4월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청년창업센터 ‘마루 180’을 열 계획이다.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기 위한 별도의 교육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취임 후 2년간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정 이사장은 ‘암중모색(暗中摸索)’이라는 사자성어로 답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찾듯 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얘기였다. 그는 “몇 차 대회, 봉사단 몇 기 등 형식적인 틀에 갇혀 정체하는 것이 가장 어리석은 짓”이라며 “아산나눔재단은 상황에 맞게 그때그때 필요한 사업들을 하겠다”고 밝혔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