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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유창한 불어실력’ 비결 묻자 “벨기에 만화 ‘탱탱의 모험’ 덕분”

입력 | 2013-11-11 03:00:00

청와대, 유럽순방 뒷이야기 공개




“제 프랑스어 실력의 비결요? 벨기에 만화 ‘탱탱의 모험’ 덕분이죠.”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유럽 순방 기간 중 벨기에 필리프 국왕과의 만찬 자리에서 유창한 프랑스어 실력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에 필리프 국왕이 매우 흥미로워하며 “탱탱의 모험 만화 전집을 다 보셨는가”라고 묻자 박 대통령은 “전집을 다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탱탱의 모험(Les Aventures de Tintin)’은 벨기에의 만화 작가 에르제가 프랑스어로 연재한, 탐방기자 탱탱과 그의 개 밀루(Milou)의 세계 모험 이야기.

청와대는 10일 이런 내용을 포함해 이번 순방 기간 중 대통령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모아 공개했다.

박 대통령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만남은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과 영국의 여성 군주가 만난다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 대통령은 공식 환영장으로 이동하는 차량에서 요크 공작에게 “런던 올림픽 개막식 때 여왕이 ‘본드 걸’을 맡은 것은 전 세계인들에게 인상 깊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빈 만찬에서 여왕에게도 직접 본드 걸 얘기를 언급했다. 이에 여왕은 웃으며 “놀라운 것은 본드 역할을 맡은 배우인 대니얼 크레이그가 왕궁을 출입하고, 왕궁에 시종이 그렇게 많은데도 비밀이 철저하게 지켜졌다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여왕은 박 대통령에게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몇 살 때부터 하게 되었는지도 물었다. 박 대통령이 “22세에 모친이 돌아가셨다”고 답하자, 여왕은 “나도 25세 때 선왕이 돌아가셔서 여왕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에서는 한국의 조선업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박 대통령은 웨섹스 백작(여왕의 3남)이 한국의 조선업을 칭찬하자 “오래전 한국 기업인(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영국에 조선업의 차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500원짜리 지폐의 거북선을 보이며 ‘우리 민족은 오래전 거북선도 건조한 민족’이라 했다더라”고 소개했다. 또 생텍쥐페리의 말을 인용하며 “배를 만드는 방법보다는 바다에 대한 꿈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바다에 대한 꿈을 키우면 자연히 배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영국 왕실 측은 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위해 올여름부터 박 대통령이 머물 버킹엄궁의 벨지안 스위트를 대대적으로 보수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박 대통령과 함께 ‘한국전 참전기념비 기공식’에 참석했다. 이는 그가 왕실을 대표해 국빈 행사에 나선 첫 번째 일이었다. 박 대통령은 윌리엄 왕세손에게 “왕세손처럼 왕실이 모범을 보이기 때문에 영국 국민이 왕실을 더욱더 존경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순방국 정상들의 호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사회당 총재 시절 불만을 가진 사람들마저 그의 친근한 태도에 감명받게 했다는 일화를 언급하며 “한국에 ‘외유내강(外柔內剛)’ 이라는 말이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부드러우면서도 필요할 때에는 단호함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에 올랑드 대통령은 “오래전 일을 기억해 언급해 준 대통령의 세심함과 배려심에 감사한다”고 답했다.

엘리오 디뤼포 벨기에 총리 역시 박 대통령에게 “각양각색의 나비넥타이를 선물해 줘 고맙다”며 각별한 감사를 표했다. 디뤼포 총리가 항상 나비넥타이를 착용하고 다녀 일명 ‘미스터 나비(Monsieur Papillon)’라고 불리는 점에 착안해 ‘맞춤형 선물’을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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