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400만원에 응시생들 모집… 고득점 연세대생이 깁스하고 시험시험장 밖에선 답안 중계플레이… 일당 3명 구속 12명 불구속취업 앞둔 서울대생도 의뢰
이 씨는 인터넷 구직란에 토익 고득점 등 경력을 게시한 연세대 4학년 엄모 씨(27)를 섭외했다. 일명 ‘토익선수’라는 엄 씨는 토익 평균 점수가 970점이고 8월 시험에선 만점을 받기도 했다. 엄 씨는 시험 1회당 150만 원을 받기로 하고 이 씨의 토익 부정행위에 함께하기로 했다.
이 씨와 허 씨는 엄 씨와 응시생 12명에게 지난달 27일 부산 북구 한 중학교에서 토익 시험을 치도록 했다. 이들에겐 시험 전날 북구 S모텔에서 무선수신기와 구리선(안테나 역할), 자석(이어폰 역할)을 나눠줬다. 무선수신기는 허리춤에 넣고 구리선을 목걸이처럼 차고 지름 2mm 자석을 귀 안에 넣으면 밖에서 무선으로 불러주는 답이 들린다는 걸 확인시켜 준 것. 이 수신기 세트는 중국에서 개발한 것으로 10만 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이 씨와 허 씨는 정답을 확인한 뒤 송신기를 가지고 시험장에 있는 응시생 12명에게 무선으로 답을 불러줬다. 그렇게 해서 박 씨는 960점을 받았다. 취업준비생인 또 다른 박모 씨(28)는 990점 만점을 받기도 했다. 나머지 회사원,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도 대부분 800∼900점을 받았다.
그러나 응시생들과 엄 씨, 이 씨와 허 씨 등은 시험을 친 뒤 S모텔에서 당초 약속한 대로 돈을 주고받다 경찰에 붙잡혔다. 시험주관사인 YBM한국토익위원회가 고득점을 받았는데도 매달 시험을 치는 엄 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던 것. 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대장 조중혁)는 최근 실시한 제260회 토익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혐의로 브로커 이 씨와 허 씨, 부정시험을 친 엄 씨를 4일 구속했다. 또 응시생 1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토익 시험 부정행위는 응시생들이 답을 정확히 수신할 수 있고 적발 위험성도 작아 기존 수법보다 훨씬 진화한 방식”이라며 “이들이 다른 부정행위를 저질렀는지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