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신동혁씨 “부시 前대통령이 北참상 널리 알려달라고 부탁”
탈북자 신동혁 씨(오른쪽)가 23일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의 부시센터 앞 공원에서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왼쪽)과 산책하다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 씨는 이날 부시 전 대통령과 만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신동혁 씨 제공
23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났던 북한 14호 수용소 출신 탈북자 신동혁 씨(32)는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 인권 참상을 널리 알리는 활동가로 살라’는 조언을 해줬다”며 이렇게 말했다. 텍사스 주 댈러스의 부시센터에서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신 씨는 28일 워싱턴에서 동아일보와 단독으로 만나 면담 뒷얘기를 전했다.
신 씨는 “부시 전 대통령을 만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미국에서 ‘14 수용소 탈출’이 출간된 덕분이었다”며 “책을 읽은 부시 전 대통령이 ‘가슴 아픈 스토리’라며 한 달 전에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부시 전 대통령과 만난 집무실 테이블 위에는 북한 수용소에서 태어난 최초의 탈북자인 신 씨의 탈출기를 그린 이 책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도 탈북자들을 백악관 등으로 불러 4차례나 만났다. 신 씨는 “부시 전 대통령이 탈북자들과 나눈 얘기들을 고스란히 기억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부시 전 대통령이 나에게 던진 북한 관련 질문들은 거의 전문가 수준의 날카로운 질문이었다”고 전했다.
신 씨는 부시 전 대통령의 소박한 면모도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신 씨와 부시센터 앞 공원을 산책하면서 올 5월 건립된 부시도서관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또 신 씨가 “한국에 와서 프로야구를 좋아하게 됐다. 류현진 선수가 있는 LA 다저스 팬”이라고 하자 부시 전 대통령은 “나는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주였다. 텍사스 팬이 되는 것이 어떠냐”고 말해 좌중의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날 신 씨는 부시 전 대통령 면담 후 부시센터 관계자들과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연설을 했다. 이 연설은 영상물로 만들어져 부시센터 내 지구촌 자유 상징물을 전시하는 ‘자유관(Freedom Collection)’에 영구 전시될 예정이다. 자유관에는 북한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