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PS피플] 윤명준 “이승엽 선배 땅볼처리 후 떨림 사라졌다”

입력 | 2013-10-30 07:00:00

2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가 열렸다. 6회초 2사 1, 3루에서 두산 윤명준이 구원등판해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두산 윤명준

KS 전경기 등판 4이닝 1실점 ‘불펜의 핵’
삼성과 4차전서 생애 첫 KS 세이브 올려
“무기는 직구 뿐…팀의 믿을맨 되고 싶다”


영웅은 가을바람을 타고 온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를 주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페넌트레이스 막판 마무리를 맡기는 했지만, 큰 경기를 치르기에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올 가을 윤명준(24)은 두산 불펜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포스트시즌(PS) 10경기에서 10이닝을 던지며 방어율 2.70. 삼성과의 한국시리즈(KS)에선 1∼5차전에 모두 등판해 4이닝을 1실점을 막았다. 29일 KS 5차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아직도 주목을 받는 것이 어색하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 ‘국민타자’와의 승부가 나를 키웠다!

올 가을 윤명준 투구의 백미는 25일 대구에서 열린 KS 2차전에서 나왔다. 1-1로 맞선 연장 10회말 1사 만루서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을 2루수 땅볼로 요리했다. 3루주자 정형식은 홈에서 포스아웃. 기세가 오른 윤명준은 우동균까지 유격수 뜬공으로 잡고 실점 위기를 넘겼다. “이승엽 선배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죽는 줄 알았죠. 하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맞붙어보고 싶었어요. 최고 타자니까요. 제 입장에선 상대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많이 쪼들렸는데 운 좋게 잘 넘긴 것 같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어떤 타자를 만나도 무섭지가 않더라고요.” 28일 잠실에서 열린 4차전에선 2-1로 앞선 9회초 2사 1·3루 위기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전혀 떨리지 않았다. 그는 진갑용을 유격수 땅볼로 잡으며 생애 첫 KS 세이브를 올렸다. 이승엽과의 승부는 2년차 불펜투수를 한 단계 성장시켰다.

● 내 무기는 직구뿐, 그래도 자신 있다!

윤명준의 구종은 다양하지 않다. 그렇다고 시속 150km대 강속구를 지닌 것도 아니다. 스스로도 “내가 믿는 것은 직구 하나뿐”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을 정도다. 그러나 그 직구로 코너워크를 할 줄 안다. 특히 2년차답지 않게 과감한 몸쪽 승부를 즐긴다. KS 2차전에서 이승엽을 몸쪽 직구로 잡아냈고, KS 4차전에서도 직구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따냈다. “(양)의지 형이나 재훈이나 우리 팀 포수들이 다 강하잖아요. 제 공과 포수를 믿고, 사인대로 던지겠다는 생각뿐이에요.” 다음 등판 때도 그는 또다시 우직한 직구로 승부할 계획이다.

● 두산의 ‘믿을맨’을 꿈꾼다!

고려대를 졸업한 윤명준은 2012년 1라운드 6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팀의 기대감과는 달리 데뷔 첫 해에는 1군에서 3경기만을 뛰었다. “1군 분위기에 적응을 잘 못했어요. 다시 2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막상 내려가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야구를 잘 해야만 올 수 있는 곳이 1군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죠.” 올 시즌 목표는 페넌트레이스 개막과 종료 시 1군 엔트리에 포함되는 것이었다. 시즌 초반의 부진은 아쉬웠지만, 2번의 실수는 없었다. 시즌 전 목표를 달성한 그는 마침내 KS 무대까지 밟았다. “팬들의 가슴 속에 이름을 새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윤명준이 나오면 믿을만하다는 얘길 듣도록 말이죠.” 2013년 가을, 혜성처럼 등장한 윤명준은 두산의 ‘믿을맨’을 꿈꾸고 있다.

잠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