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벤치 in 광주’ 프로젝트… 책 훔쳐가고 보관함 훼손 비일비재 벤치지기들 “시민의식 아쉽지만 지금은 성장통… 책 계속 채울 것”
28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벤치에 놓여진 ‘지식배달통’과 안에 담겨 있던 책이 불에 탄 채 널브러져 있다. 신광조 씨 제공
‘책 읽는 벤치 in 광주’ 프로젝트는 재미있게 읽은 책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벤치에 놓아두는 독서운동으로, 지난달 7일부터 전국에서 처음으로 광주에서 시작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벤치지기’로 참여한 신 본부장은 시청 앞, 운천저수지, 풍암호수 등 7곳의 벤치를 ‘작은 도서관’으로 꾸몄다. ‘아워 셰어링 벤치(OUR SHARING BENCH)’라는 스티커를 벤치에 붙이고 철가방 뚜껑에 ‘책을 본 다음에 꼭 제자리에 돌려주세요’라고 적었다. 그러고 안에 150여 권의 책을 넣어 두었다. 그런데 한 달도 채 안돼 철가방 1개가 불타고 1개는 손잡이가 심하게 찌그러졌다. 넣어둔 책 수십 권도 사라졌다.
신 본부장은 “독서운동을 확산시키고 책으로 공유하는 광주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참여했는데 실종된 시민의식을 보고 마음이 착잡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고 문화 공유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계속 책을 채워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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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벤치에 놓여진 ‘지식배달통’과 안에 담겨 있던 책이 불에 탄 채 널브러져 있다. 신광조 씨 제공
‘책 읽는 벤치 in 광주’를 주도한 탁아림 씨(25·책 읽는 고릴라 코디네이터·여)는 지금 프로젝트가 ‘성장통’을 겪는 중이라고 했다. 탁 씨는 “벤치지기가 늘고 책 기부가 잇따르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는 가운데 이런 일이 발생해 아쉽다”며 “사라졌던 책들이 언젠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컬쳐네트워크와 책 읽는 고릴라, 광주재능기부센터, 아름다운가게 헌책방 용봉점, 좋은세상만들기, 광주전남대학생 소셜네트워크 등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올 초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뤼일방크(Ruilbank)에서 착안했다. ‘뤼일’은 네덜란드어로 ‘교환’이라는 뜻이다. 다 읽은 신문을 누군가가 다시 읽도록 남겨두고 가는 지하철 관습을 문화교류로 연결한 프로젝트다. 대형 빨간 클립을 이용해 공원벤치에 책이나 잡지 등을 꽂아두고 시민 누구나 읽고 교환해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