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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기자의 죽을 때까지 월급받고 싶다]홧김에 기초연금 받고 국민연금 깨겠다는 분들께

입력 | 2013-10-28 03:00:00


홍수용 기자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정부안이 나오자 국민연금을 깨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깨야 하나, 말아야 하나.

먼저 정부가 제시한 기초연금 내용을 단순화해 보자.

이 내용은 소득 하위 70% 노인 중 국민연금 가입기간 12년 이상인 사람에게는 기초연금을 적게 주고, 가입기간 11년 이하이면 많이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업주부 같은 임의가입자나 자영업자 같은 지역가입자들은 기초연금을 더 받기 위해 국민연금 가입기간 12년이 되기 전에 탈퇴하거나 보험료 납입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국민연금 오래 가입할수록 유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깨지 않는 게 좋다’. 우선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2년 되는 해부터 기초연금은 매년 1만 원씩 줄지만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령액은 ‘1만 원 이상’이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나보다 짧은 다른 사람이 기초연금을 더 받는다는 게 속은 쓰리지만 ‘나 자신’만 놓고 보면 국민연금에 오래 머무는 것이 이익이다.

물가가 오른 만큼 이자를 얹어주는 금융상품은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 말고는 없다. 기초연금 20만 원을 받으려고 국민연금에서 탈퇴한 뒤 개인연금에 들면 얼핏 똑똑한 선택을 한 것 같지만 10년 후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보면 손해다. 제발 홧김에 국민연금을 포기하지 말라.

또 전업주부의 경우 국민연금에 들 때 월 납입보험료를 얼마로 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다. 이때 생각해야 할 변수가 ‘유족연금’이다. 남편이 사망할 경우 유족연금을 받게 되는 배우자인 전업주부는 그동안 자신이 받았던 연금은 포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년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한 남편이 작년 1월부터 국민연금에서 200만 원을 받았고 자신은 임의가입자로 월 30만 원을 받는 전업주부가 있다고 치자. 만약 남편이 사망하면 이 주부는 자기가 받았던 연금 30만 원을 포기하고 남편 연금 200만 원 중 120만 원만 받아야 한다. 남편 연금의 60%(20년 가입한 경우)만 ‘유족연금’이라는 명칭으로 배우자에게 지급되기 때문이다.

물론 부부가 보험료를 많이 낸 뒤 해로해서 연금도 오래 많이 받는 게 최선이겠지만 배우자의 조기 사망으로 연금이 끊기는 것을 생각하는 전업주부 가입자라면 최저 수준인 9만 원 정도를 내는 게 좋다.

한편 금융회사가 운용하는 개인연금도 가입자가 많지만 제대로 내용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개인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가입한 명의자가 사망하면 상속인에게 연금이 모두 상속된다. 국민연금이 비참한 노후를 피하기 위한 필수장치라면 개인연금은 안정적 노후를 위한 보완장치 격이다. 금융사별로 은행의 연금저축신탁(보험료를 증권에 투자하며 원금 보장),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원금 손실 가능),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원금 보장 및 사고가 났을 경우까지 보장)이 있다.

개인연금 베스트셀러는 연금저축보험

세 상품 모두 만 55세부터 연금이 나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중 베스트셀러는 연금저축보험이다. 원금 이자가 모두 보장될 뿐만 아니라 위험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있어 인기있다. 반면 초기에 단기간 사업비 조로 수수료를 많이 떼는 게 단점이다.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상품이 매년 사업비를 조금씩 장기간 떼는 것과는 다른 구조다. 이 때문에 개인연금 상품의 초기 수익률을 비교하면 연금저축보험이 제일 낮게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런 이유로 우르르 깨는 사람도 있는데 위험한 선택이다. 개인연금은 당장 몇 년 내 큰돈을 벌기 위한 상품이 아니다. 단기 수익률 비교에 절망하지 말라. 중도해지하면 원금을 다 돌려받지 못해 가입자만 손해이기 때문이다.

한편 직장인들이 관심 있는 연금은 퇴직연금이다. 2004년 말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기존 퇴직금을 정산하고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직원들에게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 중 어떤 걸 선택하겠느냐’고 물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 망설였던 사람의 퇴직연금은 DB형으로 자동 지정됐다. 하지만 증시의 미래를 밝게 본 사람들은 DC형을 택했다. 둘은 어떻게 다른가.

우선 DB형은 연금 수령액이 확정돼 있다는 의미에서 ‘확정급여’라는 명칭이 붙었다. 지급 공식은 ‘퇴직 직전 3개월간의 평균 임금×재직 연수’에 따라 지급된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퇴직할 무렵의 임금 수준이 중요하다는 것을 간파했을 것이다. 임금이 은퇴 시점에 가장 높을 것 같다면 DB형이 좋다.

반면 퇴직 적립금 전체를 외부 금융회사에 맡겨 운용하는 DC형은 근로자 본인이 자금 운용에 ‘기여’한다는 의미에서 ‘기여’라는 말이 붙었다. 이 말은 곧 최종 투자책임이 근로자에게 있다는 뜻이다. 만약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퇴직 무렵 임금이 한창 일할 때인 전성기 때보다 줄어드는 것이니 DC형을 선택해 ‘돈 굴리기’에 도전해볼 만하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