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공부 관심 없는 중학생 자녀어떻게 지도할까
서울 용산구에 있는 전쟁기념관을 찾은 초등학생들이 석기시대 유물을 살펴보고 있다.
역사 공부에 흥미가 없는 성적 중하위권과 자연계열 성향을 가진 중학생 자녀의 한국사 공부, 어떻게 지도할까.
구석기부터 시작? 시사 이슈로 흥미 높여라!
하지만 평소 역사에 흥미가 없던 자녀라면 역사 소설이나 만화 형태의 책을 읽는다고 해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 등이 주최한 ‘2012년 전국 중·고 독도 과거대회’에서 지도교사상을 받은 김소영 인천 연성중 교사는 “당장 역사 공부를 시작하기보단 현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역사 관련 주제를 활용해 자녀가 역사에 흥미를 느끼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학부모로선 달라진 입시에 대비해 하루라도 빨리 역사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며 초조해하기 쉽다. 하지만 자녀가 역사 공부에 흥미가 없다면 역사 공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깨닫는 게 먼저다. ‘본격적인 역사공부를 위한 준비운동’을 해두는 편이 장기적으론 더 높은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김 교사는 “‘독도 영유권’과 ‘중국의 동북공정(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중국이 추진하는 사업)’과 같이 많은 학생이 한 번쯤 들어봤을 시사 이슈를 활용하면 좋다”고 말했다. 주제를 정한 다음에는 부모와 자녀가 역할극 형태로 해당 역사와 관련한 자료 찾기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도 영유권’을 주제로 정했다면 이해 당사자인 한국과 일본 외교관 등으로 역할을 나눠 각자의 관점에서 자료를 수집한 뒤 토론이나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다. 적절한 인센티브를 주면 자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도 있다.
교과서 대신 현장체험이 답? 아는 만큼 보인다!
자녀의 흥미를 북돋울 요량으로 역사박물관, 유적지 등을 방문하는 현장체험을 서두르는 것도 효과적이지 않다.
현장체험도 역사적 배경에 대한 기초지식을 쌓은 다음 진행하는 편이 좋다. 역사 속에서 각 사건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며 전개되는지에 대한 맥락을 이해해야 학습효과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석기시대 간석기(돌을 갈아 만든 기구)의 탄생 배경과 발달 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역사박물관으로 체험활동을 떠났다고 하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자녀의 눈엔 간석기가 ‘미개한 도구’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당시에 돌로 연장을 만든 건 오늘날 스마트폰의 등장처럼 혁신적인 사건이었다는 사실을 알면 역사적 의미를 이해하기 쉬워진다.
김 교사는 “현장체험을 떠나기 전에 자녀와 함께 집 주변에 있는 돌로 간석기와 그 이전 단계인 뗀석기(돌을 깨서 만든 연장)를 당시의 제작방식으로 만들어보라”면서 “석기를 만들어본 경험 없이 박물관에서 석기 유물을 보면 그냥 ‘돌덩이’라는 느낌을 받겠지만 당시엔 이를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만식 기자 nom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