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등재 놓고 ‘해녀 한일전’… 엔저로 참소라 日수출 급감…
제주 해녀가 17일 제주 서귀포시 지귀도 앞바다의 한 선박에서 참소라를 자루에 옮겨 담고 있다. ‘원조 해녀’ 지위를 놓고 일본 해녀인 ‘아마(海女)’와 경합 중인 제주 해녀들은 참소라의 거의 전부를 사가던 일본에서 수요가 줄어들어 애를 태우고 있다. 아래 사진은 해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일본 NHK 드라마 ‘아마짱’의 한 장면이다. 이마트 제공·일본 NHK TV 화면 촬영
17일 제주 서귀포시 지귀도 앞바다의 한 어선. 잠수복을 입은 김축생 할머니(77)가 물질을 끝내고 배 위로 올라오며 하소연했다. 어깨에 멘 그물 가방을 풀자 싱싱한 참소라가 좌르르 쏟아졌다. 하지만 이날 김 할머니가 네댓 시간 동안 바닷속에서 잠수를 반복하며 채취한 참소라는 4만 원어치도 안 된다. 그는 “한때 물질을 잘해서 큰아들을 유학까지 보냈는데 요새는 돈벌이가 안돼 막막하다”고 한숨을 지었다.
‘원조 해녀’ 지위를 놓고 일본 해녀인 ‘아마(海女)’와 경합 중인 제주 해녀들이 최근 일본 때문에 또 한 차례 시름을 앓고 있다. 해녀들이 주로 채취하는 참소라는 고급 식재료다. 살아있는 상태로 거의 대부분 일본에 수출된다. 참소라의 일본 현지 가격은 최근의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 때문에 크게 올랐다. 그에 따른 수요 감소로 수출이 줄자 국내의 산지 가격이 떨어져 해녀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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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주 해녀들이 참소라를 수협에 넘기는 가격(위판가격)은 kg당 4400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20% 떨어졌다. 해녀들은 “하필이면 일본 때문에 참소라를 제값에 못 팔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현재 한일 양국의 해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놓고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해녀가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2007년부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했는데 일본이 올해 뒤늦게 뛰어들어 ‘해녀 한일전’이 시작됐다.
해녀 경력 50년으로 일본까지 가서 물질을 했던 이복열 할머니(68)는 “제주 해녀들의 물질이 일본보다 월등하다”며 “해녀의 원조는 단연 제주 해녀”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해녀들이 스티로폼 부표를 띄운 뒤 부표와 자신의 몸을 2∼3m 길이의 줄로 연결해 잠수한다. 부표에 몸이 묶여 활동에 제약을 받는 데다 얕게 잠수해 크고 싱싱한 수산물을 채취하기가 힘들다. 반면 제주 해녀들은 스티로폼 부표에 무거운 돌을 매달아 부표를 한 장소에 고정시키지만 자신의 몸을 끈으로 고정하지 않아 자유롭게 잠수해 10∼30m 깊이까지 들어간다. 이 할머니는 “일본도 제주 해녀의 우수성을 인정해 일부 제주 해녀들을 모셔갈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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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자 서귀포수협 상무는 “고령화가 빨라지고 해녀들의 돈벌이가 줄어 1965년 2만3000명에 달했던 제주 해녀가 올해 기준 약 4500명로 급감했지만 해녀 전통문화가 잘 보존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귀포=김유영 기자 abc@donga.com